순수의 땅, 몽골 고비사막 여행기 1
순수의 땅, 몽골 고비사막 여행기 1
  • 류충옥 수필가·청주 경산초 행정실장
  • 승인 2018.06.2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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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류충옥 수필가·청주 경산초 행정실장
류충옥 수필가·청주 경산초 행정실장

 

체험의 힘은 세다. 몽골이라는 미지의 땅을 처음 밟을 준비를 할 때는 막연해 인터넷을 찾아보아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다녀오고 난 후에는 머릿속에 지도가 그려졌다. 인터넷 블로그에 올라온 사진들과 글들이 공감 백배. 힘들어서 더는 못 오리라 생각했던 곳이 벌써 그리워지고 다시 가고 싶어지니 말이다. 그래서 체험학습은 무엇보다 강력하고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인가보다.

첫째 날 무려 450㎣ 6시간을 달려간 곳은 차강소브라가였다. 이곳은 원시시대 바다로써 바닥이었던 흙이 세월이 지나 절벽으로 변해 굳어지고 풍화작용으로 깎여서 마치 고대 성을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높이는 60m, 넓이는 400m로 90도의 절벽이다. 흰색의 소금기와 모래가 섞여서 다져지고 붉은 황토의 적절한 조합이 바다였던 신비감을 더해주었고, 바람에 깎이고 긴 세월에 굳어진 모래성 같은 모양이 해저건축물이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멋진 자연경관이었다. 몇 억년 동안 이 땅은 얼마나 많은 역사를 품으며 변화해 왔을까? 지금도 비와 바람에 의해 조금씩 깎이고 변해가는 자연 그 자체의 아름다움이 인공의 완고한 작품을 보는 것과 대조적으로 숭고함을 느끼게 해준다.

둘째 날 찾은 곳은 얼음 계곡으로 불리는 열링암이다. 남고비 최대의 국립공원인 고르왕새항 국립공원에 있으며 몽골의 보호지역이다. 초원을 따라 걸어가다 보니 야크와 소와 말과 양들이 여기저기 무리대로 어우러져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하늘에는 독수리가 커다란 날개를 펼치고 비행하고 있다. 몽골지역은 대부분 추운 겨울이고 6~8월 정도가 여름인데 이 열링암은 여름에도 얼음이 남아 있는 곳이다. 좁다란 얼음 골짜기를 지나가 보니 넓은 빙판이 나오는데 군데군데 녹은 쪽으로 보니 얼음 두께가 상당했다. 이런 얼음 밑에서도 물이 흐르고 풀들이 자라고 있다. 길에 핀 노란 양지꽃과 보라색 꽃며느리밥풀 같은 꽃들이 정겹다.

셋째 날은 `노래하는 사막'이라는 뜻의 홍고리엘스를 갔다. 맨발로 모래를 밟으면 건강에 좋다는 말에 신발을 벗고 맨발로 모래를 디디니 처음엔 뜨거워서 발을 대고 있을 수가 없었다. 몇 발짝 옮기고선 발을 모래 깊숙이 파고 넣으니 견딜만했다. 고운 입자로 뜨겁고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 언덕을 네 발로 기어서 올라가서는 앉아서 쉬기를 반복했다. 그런데 조금씩 올라가니 쉬면서 내려다보는 지평선의 모습이 점점 더 넓게 보이면서 안 보이던 것들이 하나 둘 보이는 것이었다. 올라갈수록 바람도 세게 불고 모래도 푹푹 빠져서 힘들어졌으나 넓게 펼쳐지는 세상을 보는 맛이 힘든 것을 견디게 해 주었다. 힘든 여행을 하는 것도 이런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신선한 충격과 감동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우리의 삶의 여정이나 구도의 세계도 이처럼 힘든 여정을 극복해 가는 것이라는 것을 모래 언덕을 한발한발 힘겹게 올라가며 새롭게 각성하게 되었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지금, 이 순간만을 생각하며 오르다 보니 어느새 꼴찌로 오르던 내가 정상에 첫발을 디뎠다. 모래 언덕 정상에 서서 보고 느끼는 감동은 어떤 어려움도 기꺼이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찾아주기에 충분했다. 모래 언덕을 걸어 내려오는데 모래에서 `부우~'하는 악기 소리가 난다. 저음의 깊은 울림이 있는 관악기 소리 같다. 살아 있는 모래의 노랫소리 속에서 깊은 영혼의 울림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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