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에 `나 비우고' 두걸음에 ‘번뇌 잊고’
한걸음에 `나 비우고' 두걸음에 ‘번뇌 잊고’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8.06.2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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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으로 가는 길목... 걷기 좋은 사찰 숲길
법주사·갑사 오리 숲길 - 마곡사 솔바람 길
자연 등 벗삼아 걷다 보면 천년도량 눈앞에
마곡사 솔바람 길, 갑사 오리길 쉼터
마곡사 솔바람 길, 갑사 오리길 쉼터

 

바람 소리에 잠깨고 새 소리에 머리까지 맑아지는 6월이다. 초여름 길목은 늘 설렌다. 자연과 벗할 수 있어 좋고 지천으로 널린 꽃들의 향연에 번뇌도 고민도 잠재우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서두를 이유가 없다. 느려도 탓할 수 없다. 그저 걷는 것만으로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걷기 좋은 사찰을 소개한다.


# 충북 법주사 오리 숲길
`소백산 죽령 넘고 조령을 넘더니/기암괴석 심산유곡 속리산이 솟았구나/정이품의 연송보며 수림 사이 오리 길에/법주사 팔상전 두루 살펴본 뒤에/삼존좌불 법신불께 두 손 모아 합장하네'(속리산 법주사 중 1절)
대중가요에도 공민왕도 세조도 지나가던 오리길이 등장한다.
대한불교조계종 제5교구 본사인 보은 속리산 법주사는 불법의 은혜가 큰 절이라고 여겨 고려 시조 왕건은 물론 고려의 공민왕, 조선의 세조 등 여러 임금이 찾았던 절이다.
법주사를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오리 숲길. 그 모양이 오리를 닮아서가 아니라 속리산 입구에서 법주사 입구까지 그 길이가 5리(2㎣)에 이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수령 100년이 넘은 떡갈나무, 단풍나무, 소나무, 참나무 숲이 터널을 이루는 길을 지나면 청정도량 법주사가 눈앞에 펼쳐진다.

# 충남 공주 갑사 오리 숲길
`갑·사·가·는·길…얼음장같이 차야만 했던 대덕의 부동심(不動心)과, 백설(白雪)인 양 순결한 처자의 발원력(發願力), 그리고 비록 금수(禽獸)라 할지라도 결초심(結草心)을 잃지 않은 산중 호걸(山中豪傑)의 기연(機緣)이 한데 조화(調和)를 이루어, 지나는 등산객(登山客)의 심금(心琴)을 붙잡으니, 나도 여기 몇일 동안이라도 머무르고 싶다. 하나, 날은 시나브로 어두워지려 하고 땀도 가신지 오래여서, 다시 산허리를 타고 갑사로 내려가는 길에, 눈은 한결같이 내리고 있다.'(이상보 수필 `갑사가는 길'中)
등산객의 심금을 울리며 내려오는 뒷자락에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한 갑사. 갑사의 오리 숲길은 주차장 입구에서 갑사를 거쳐 용문 폭포에 이르는 숲길을 이른다.
갑사는 `하늘과 땅과 사람 가운데서 가장 으뜸간다'고 해서 갑등의 이름으로 갑사가 됐다고 전한다.
조선 세종 6년(1423)에 일어난 사원 통폐합에서도 제외될 만큼 일찍이 이름이 났던 절이었으며, 세조 때에는 오히려 왕실의 비호를 받아 `월인석보'를 판각하기도 했다. 1597년 정유재란 시 전소했으며, 선조 37년 (1604) 대웅전과 진해당 중건을 시작으로 재건되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 충남 공주 마곡사 솔바람 길
마곡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本寺)이다. 이곳의 물과 산의 형세는 태극형이라고 하여 `택리지'`정감록' 등의 여러 비기에서는 전란을 피할 수 있는 십승지지(十勝之地)의 하나로 꼽고 있다.
이 절은 백범 김구 선생과 인연이 깊다.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일본인 장교 쓰치다를 황해도 안악군 치하포 나루에서 죽인 김구 선생은 인천형무소에서 옥살이하다가 탈옥해 이 절에 숨어서 승려를 가장하며 살았다.
솔바람길은 김구 선생이 도피해 은거생활을 하며 거닐던 소나무 숲길이다.
지금도 대광명전 앞에는 김구가 심은 향나무가 있는데 그 옆에 `김구는 위명(僞名)이요 법명은 원종(圓宗)이다'라고 쓴 푯말이 꽂혀 있다.
마곡사 솔바람 길은 백범 명상 길(1 코스), 백범 길(2 코스), 송림숲길(3 코스)이 있다.


/김금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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