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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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봉길 기자
  • 승인 2007.03.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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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 동기 '인권유린' 진상조사 나서야
지난 1일 새벽 발생한 제천고교 방화사건 용의자인 고교생들이 말하는 범행동기는 충격적이다.

A군(17·고3) 등은 경찰조사에서 "야간 자율학습이 지나치게 강제적으로 운영되고, 방학기간까지 등교하게 하는 학교 교육이 너무 힘들었다"고 진술했다.

야간 자율학습에서 빠지고 교육방송 인터넷 강의를 듣고 싶다는 학생의 요구에 일부 교사는 "인터넷 강의를 듣는지, 음란 사이트를 들어가는지 알 수 없다"며 무시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들의 진술에 따르면 이 학교 일부 교사는 토요일 오후 하교하는 학생들에게 "밖에 나가 돌아다니려면 집에서 자위행위나 하라"는 비상식적인 발언도 일삼았다.

학생 모두가 듣고 심지어 여교사들까지 있는 교실 등에서 성적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는 것이 이들의 진술이다.

학교 교육에 불만을 품고 있는 학생들의 '방화'라는 극단적 선택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그러나 학생들이 주장하고 있는 교내 '인권유린' 의혹은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학생들이 밝히고 있는 범행동기가 사실이라면 공교육 소비자인 학생들이 학교에서 인권과 인격이 철저히 유린돼 왔던 것이다.

교육자는 장차 이 사회를 짊어지고 갈 건전한 사회 구성원을 육성하는 선택된 자들이다.

고착된 학습에 대한 그릇된 동기가 결국 이 학생들을 전과자란 꼬리표를 달게한 장본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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