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조례를 둘러싼 충북도의회의 해프닝
인권조례를 둘러싼 충북도의회의 해프닝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06.1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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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6·13 지방선거를 이틀 앞두고 충북도의회에서는 9명의 도의원이 `충청북도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폐지안'을 발의했다. `인권조례'로 명명되고 있는 이 법안에 대해 그동안 보수층과 종교계에서 `동성애 옹호' 론을 이유로 폐기를 주장해왔지만 이번 충북도의원들의 발의는 뜬금없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당혹감을 감추기 어려웠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충북도지사 후보들과 시장 후보들이 인권조례 강화와 인권센터 설치에 찬성한 것과 달리 정반대의 발의라는 점에서 불리한 선거에 돌파구 마련이라는 추측도 무성했다. 그러나 새로운 도의원을 뽑는 시기에 잔여 임기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의원들이 조례 폐지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 여론은 냉랭하게 돌아섰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당당하게(?) 발의에 나섰던 의원들은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을 늘어놓았다는 후문이다. 결국 17일에 열린 임시회에서 자진철회하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인권조례를 둘러싼 소모전은 웃픈 해프닝으로 끝났다.

결국 충북도 인권조례안은 민선 7기의 과제로 넘어갔다. 하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인권'의 문제가 보수와 진보의 갈등처럼 비치고 있고, 개개인의 인권 문제가 사회적 영향으로 확대되면서 사회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성애 옹호라는 자극적인 말로 무조건 폐지론 연대를 주장하는 것을 보면 인권조례 제정의 목적이 무색할 뿐이다. 충북에서 인권조례 폐지 논란은 증평군의회에서 촉발됐다. 2017년 11월에 제정된 증평군인권조례는 5개월 만인 지난 4월 군의회에서 폐지 결정을 내리면서 삭제됐다. 인권센터의 횡포, 그릇된 자유주의 성의식 조장이 폐지당위론에 힘입어 증평군은 충남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인권조례를 폐지한 지자체로 기록됐다.

그런가 하면 충북인권보장과 증진에 관한 조례폐지운동본부는 지난 3월 “충북도의 인권조례는 잘못된 인권개념을 추종하고 있다”며 도의회 의장에게 조례 폐지 청원서와 도민 9000여명의 서명부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들은 “국가 사무 위임에 관한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하거나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인권조례가 사회 갈등 요소가 되고 있지만 인권은 양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자유와 권리를 보장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조례를 뺀 `인권'의 문제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한다. 사회가 변화하고 사회 구성원의 인권 의식이 성장함에 따라 전통적 가치와 새로운 가치가 충돌하면서 빚어내는 갈등은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반어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아무런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던 부분들이 논쟁거리가 되면서 인권 침해 사례가 증가하는 것도 작금의 현실이다. 빈부의 격차가 커지고 사회 정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인권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보편화할 정도로 체감 공간이 좁아지고 정보가 넘쳐나면서 개개인의 존엄성도 공동체 속에서 충분히 존중돼야 한다.

인권은 내 권리 찾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단순히 `인권'을 전통적 가치로만 재단한다거나 이슈로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선 우리 스스로 단호해질 필요가 있다. 인권의 문제를 조례로만 볼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권리로 볼 때 조례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인권조례 제정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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