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모자를 아시나요?
빨간 모자를 아시나요?
  • 이헌경 진천여중 사서교사
  • 승인 2018.06.18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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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이헌경 진천여중 사서교사
이헌경 진천여중 사서교사

 

한 주의 시작을 편안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채우고 싶어 월요일 1교시마다 선생님들과 그림책을 읽고 있다.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그림책을 가지고 선생님들을 만나러 가는 길은 참 즐겁다. 소리 내어 그림책을 읽다 보면 읽는 나보다 더 그림책에 몰입하는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통하여 `자기'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지만 그림책은 누군가 읽어주어야 더 제대로 볼 수 있는 법. 누군가 `글'을 읽어주고, 누군가는 `그림'에 집중하며 책에 빠져드는 시간. 그림책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공감하고, 소통하는 시간. 45분의 짧은 시간 덕에 일주일의 시작이 즐겁다.

지난 시간에는 스페인에서 태어난 `꽃을 좋아하는 소 페르디난드'를 함께 살펴보았다. 오래된 작품일수록 이야기가 풍부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래서 이번에는 `빨간 모자'를 골랐다.

6살 아들이 오늘도 구연동화로 들은 `빨간 모자'는 책,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형태로 우리 곁에 이야기되고 있다. 다양한 형태로 출판된 `빨간 모자' 중에서 내가 고른 것은 시공주니어에서 출판된 `빨간 모자'(그림형제 글, 베너뎃 와츠 그림)와 사계절에서 출판된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빨간 모자'(애런 프러시 글)이다.

1996년 출판된 베너뎃 와츠의 작품은 우리가 아는 빨간 모자의 이야기 중에서 그림 형제가 채록한 동화를 담고 있다. 이에 반해 2013년 출판된 로베로트 인노첸티의 작품은 시공간을 현대로 각색하였을 뿐만 아니라 아동 성폭력 문제를 빨간 모자 이야기로 담아냈다.

“어떻게 늑대가 사람이랑 이야기하지?”

어렸을 때는 정말 동물 늑대라 여겼다. `엄마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동화적 교훈을 생각하며 동화니깐 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다. 하물며 빨간 모자 이야기를 머리로 기억만 하는 성인이 되어서도 늑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작품을 만나기 전까지도 말이다.

무의식의 세계를 탐구하는 학자들은 `빨간 모자'가 어린이의 무의식에 내재해 있는 성적인 욕망을 이야기하는 동화라고 과감하게 말한다. 이들에 따르면 빨간 모자는 스스로 자신의 성적인 욕망을 좇아간 것으로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늑대한테 잡아먹힌 이유가 되는 것이다. 샤를 페로가 채록한 `빨간 모자' 이야기가 그러하다. 그래서일까.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사실적이고 섬세한 그림 덕에 직접 드러나지는 않지만 도시 숲과 그 속의 소피아를 둘러싼 기운이 더욱 음산하게 느껴진다.

그에 반해 그림 형제의 글을 담고 있는 베네뎃 와츠의 그림은 포근하고 따뜻하다. 알록달록 꽃밭과 커다란 떡갈나무가 인상적인 편안한 그림이 동화를 듣는 아이를 위해 엄마가 그린 듯한 느낌이다.

내일 그림책 읽기 시간에 이 두 권을 함께 살펴보려 한다. 두 권을 다 읽으려면 평소보다 바쁠 것 같다. 그리고 2권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만큼 두 배의 이야기가 오가겠지. 선생님들은 `빨간 모자'를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이야기할까.

아 참! 보림 출판사의 페이퍼 컷팅 기법으로 제작된 `빨간 모자'도 함께 살펴보길 권한다. 그림책이 또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승화되었다는 감탄과 더불어 컷팅 된 사이로 다음 장이 부분적으로 보여 자꾸 그다음 장이 궁금해진다.

더욱이 검은색과 빨간색의 대비가 늑대와 빨간 모자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참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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