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옛코끼리 상아 - 청주 두루봉동굴 새굴
신비한 옛코끼리 상아 - 청주 두루봉동굴 새굴
  •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 승인 2018.06.17 2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사시선-땅과 사람들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두루봉 정상부에서 발견된 새굴. 남향 비탈사면에 자리한 전망 좋은 15굴 집자리 발굴 중에 발파로 막혔던 굴이 새로 드러났다. 새로 찾은 굴이라 하여 “두루봉 새굴”이라 이름하였다. 발파로 석회암벽이 무너져 내리면서 생긴 절벽에 위치한다. 발파 영향으로 석회암면은 매우 불안정하였고, 수시로 조각들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눈앞에 굴이 보이고, 동물화석이 드러나 있으나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정상부의 단단한 석회암에 구멍을 뚫어 쇠철봉을 막고 민방공 훈련 때 사용하는 밧줄로 몸을 묶은 후 어렵게 다가갈 수 있었다. 서 있을 공간도 없다. 어렵게 3~4명이 머물 수 있는 작은 공간을 확보하였다. 새굴은 굴의 주요부분은 발파로 파괴되고 끝 부분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새굴은 절벽 모퉁이에 아슬아슬하게 남아 있어 밧줄에 의지하여 한 사람이 겨우 몸을 웅크리고 조사할 수밖에 없는 작은 굴이다. 아래로는 40여m의 낭떠러지다. 아찔하다. 동굴 내부를 조사하던 중 길죽한 둥근뼈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위에서 석회암 조각이 떨어져 내려 드러난 뼈의 끝 부분을 찍고 떨어진다. 이때 패인 흔적이 지금도 뚜렷하다. 섬뜩하였다. 머리를 드러냈다면 큰 사고가 일어났을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아마 중요한 역사적 자료는 쉽게 접근도 허락하지 않고, 그 모습도 쉽사리 드러내지 않는 듯하다. 10여만 년 동안 땅속에서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뼛속에는 골수가 있었던 공간도 없다. 지금까지 보지 못하던 신비한 뼈이다. 중요한 뼈 임은 틀림없으나 어떤 동물의 어떤 부위인지 가늠되지 않았다. 그래서 발굴 당시 이 뼈를 통뼈라 불렀다.

이 뼈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고고유적에서 유일하게 발굴된 옛코끼리 상아(Elephas antiquitas Tusk)이다. 길이 61.8cm. 상아에는 인위적인 뗀 흔적과 자른 자국이 남아 있어 사냥·도살·해체 등의 인류행위가 있었음을 알려준다. 우리나라에서 코끼리 화석은 2점이 보고되었다. 한 점은 1961년 12월 함북 화대군 장덕리 뺄늪골에서 이탄 채굴 중에 우연히 발견된 털코끼리이고, 다른 한점이 두루봉 새굴에서 출토된 옛코끼리이다. 이 옛코끼리 상아를 전시하였을 때 관람 온 일행의 중년 관람객들이 상아 도장, 상아 공예품 등 상품가치로 환산하여 가치를 평가하는 대화내용을 들었을 때 느꼈던 절망감은 잊을 수 없다.

새굴에서는 옛코끼리 화석과 함께 큰 꽃사슴, 쌍코뿔소, 큰원숭이, 곰, 동굴하이에나, 표범 등 15종의 동물화석이 출토되었는데, 그 중 8종이 지금은 멸종된 동물들이다. 이러한 동물상과 함께 꽃가루분석으로 검출된 메꽃과, 백합과, 가지과 등의 풀꽃가루, 나비날개비늘 등으로 보면 당시의 자연환경은 따뜻한 기후이고 울창한 숲이 발달되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새굴 출토 1,770점의 동물화석 중 인류행위 자국이 나타난 유물은 72점(4.0%)이며, 자국이 있는 동물은 사슴(90.3%), 쌍코뿔소(8.3%), 옛코끼리(1.4%)로 사슴뼈에 집중되어 있다. 인류행위 자국은 자른자국(80.5%), 긁은자국(15.3%), 찍은자국(4.2%)으로 나타나 새굴에서 인류행위의 주된 목적은 뼈대를 자르거나 힘살을 자르는 행위가 많았음을 보여준다.

새굴은 1979~1980년에 3차례에 걸쳐 22일간 발굴하였다. 위험하고 지루한 발굴이었다. 공간이 없으니 활동도 매우 제한적이었다. 발파 때 대피하는 것이 유일한 휴식이었다. 이때 우리를 위로해 준 것이 당시 유행했던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잖아요…,로 시작하는 가수 조경수의 “행복이란”노래이다. 트렌지스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대중가요가 가장 친근한 벗이었다. 노랫말처럼 행복이란 무엇일까. 아마 그 당시는 유적의 발굴조사 현장에서 새로운 고고학 자료를 찾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 여기며 지냈던 듯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