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는 정치인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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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8.06.1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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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6·13 지방선거가 예상대로 여당의 승리로 끝났다.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7석 중 14석을 차지했고,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226곳 가운데 151곳에서 승리를 했다. 유례를 찾기 힘든 압승이다.

드루킹 사건과 여배우 스캔들같은 대형 악재도 여당의 `대세론'에는 영향이 없었다.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부산과 경남, 울산까지 차지하며 지방권력의 지형을 바꿔 놓았다.

보수와 진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힘의 균형을 만들어주었던 충북의 민심도 여당의 손을 들어줬다. 도지사는 물론 7개 기초단체장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충북도의원 선거 역시 민주당의 대승으로 끝났다. 지역구 29석 가운데 26석을 싹쓸이했다. 그야말로 민주당 `깃발만 꼽아도 당선'이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다.

민주당 후보들의 자질이나 공약이 한국당 후보들에 비해 뛰어났던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고공행진했고 당의 높은 지지도 덕이 컸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야당의 실책도 못지않게 기여했다.

야당의 참패는 예견된 일이었다.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내어준 뒤에도 제대로 된 반성이나 개혁 없이, 국정운영에 명분 없는 반대만 일삼았다.

홍준표 대표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으로 국민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후보들이 홍 대표의 지역방문과 지원 유세를 꺼리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개혁보수를 내세우며 3당의 입지를 굳히려 했던 바른미래당 역시 충북에서 참패했다. 기초단체장은 물론 기초의회에 한 명의 후보도 진출하지 못해 3당의 지위를 정의당에 내어주는 처지로 전락했다.

보수가 처참하게 무너지면서 야당 정치신인들도 줄줄이 낙선의 아픔을 맛봐야 했다. 공약이나 정책을 제대로 알려보지도 못한 채 무너져야 했다.

지역 일꾼을 뽑는 이번 선거가 중앙의 초대형 이슈에 매몰되면서 야당 정치신인들에게는 `선거 무덤'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이번 선거가 후보들에게 남긴 교훈 또한 적지 않다. 비록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진행되긴 했지만 준비된 후보는 의원 배지를 달 수 있었다.

충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했던 자유한국당 박경국 후보나 바른미래당 신용한 후보도 정치신인이나 다름없다. `세대교체'를 외치며 도지사직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역부족이었다.

두 후보의 일부 공약은 이시종 지사가 도정에 반영하겠다고 했을 정도로 신선했다. 후보매수설이 터져 나온 것은 옥의 티가 됐지만 정치신인답게 정책과 공약으로 끝까지 승부한 것은 칭찬할 만하다.

그렇지만 “준비된 후보였느냐”는 물음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지방선거는 인물, 정책, 공약, 인지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두 후보 모두 인지도를 높이는 데 애를 먹었다.

반면, 재선의 현직 도지사라는 점 외에도 이시종 지사는 3선 충주시장, 재선 국회의원의 경력이 붙어다닌다. 두 후보에 비해 기초가 탄탄하다.

선거 종반 신용한 후보는 선거 현수막을 `아깝다 신용한'으로 바꿔 달았지만 표심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현재의 선거운동 시스템으로는 단숨에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ㅇㅇㅇ,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라는 유명한 광고 카피가 있지만 선거운동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도민과 소통하면서 능력과 자질을 보여주어야 한다. 경력만 내세워 출마한다고 유권자가 표를 줄 것으로 더 이상 기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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