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지방의원의 책무
충북 지방의원의 책무
  • 임성재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6.14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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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임성재 칼럼니스트
임성재 칼럼니스트

 

더불어 민주당의 압승, 자유한국당의 참패로 지방선거가 끝났다. 국민은 촛불민심을 제대로 읽어 내지 못하고 대안정책을 제안하기는커녕 국정의 꼬투리만을 트집 잡아온 보수야당들을 투표로 심판했다.

충북 도민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선이후 최초로 더불어 민주당 이시종 후보를 3선 도지사로 선택했고,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던 재선 청주시장을 탄생시켰다. 보수성향이 강했던 충북의 시군지역에서도 이런 사실은 여실히 입증됐다.

단체장 선거에서는 충북의 11개 기초 자치단체 중 더불어민주당이 7곳, 자유한국당이 4곳을 차지했다. 이 결과를 전국상황과 비교하면 충북에서 자유한국당이 대단히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을만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실패가 빚어낸 반사이익을 얻었을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성희롱 추문을 인정한 후보를 충주시장에 공천하고, 자기 정당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발언을 일삼아온 후보를 공천하려다가 후보를 바꾼 보은군수 공천사태만 없었다면 7대 4가 아니라 9대 2의 구도로 끝났을 것이다. 충주시와 보은군의 도의원선거에서 모두 더불어민주당의 후보가 당선된 결과를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지방의회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광역의회인 충북도의원 선출직 28명 중 단양군과 영동군 도의원 후보 3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전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 25명이 무더기로 당선됐다. 이제 충북도의회는 더불어민주당 원내회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 된 것 같다. 이것은 자유한국당이 수적우세를 내세워 장악했던 제6기 충북도의회가 지방의회 무용론을 불러올 만큼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양태를 보여 온 결과라고 생각된다.

그들은 도지사의 정당한 도정운영을 사사건건 꼬투리 잡았고, 교육감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업의 예산도 전액 삭감하는 등 도민에게 위임받은 권한을 사사로이 휘둘렀다. 또 주민들은 수해를 당해 비탄에 잠겨있는데 외유성 해외출장을 떠나는가하면, 그들을 비난하는 국민을 레밍 쥐로 비하하고도 당당했던 그들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던 도민들이 투표로 그들을 심판한 것이다. 이런 결과로 충북도의회 뿐만 아니라 청주시를 비롯한 모든 시군의 기초의회도 더불어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어 장악하게 됐다.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하지만 온통 파란색으로 물든 지도를 보면서 이래도 좋은가하는 생각도 든다. 지방의회의 역할은 주민을 대신하여 집행부의 업무를 견제하고 바른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다. 당연히 단체장과 대립각을 세울 것은 세우면서 견제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절대다수를 차지한 지방의회가 같은 당의 단체장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견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단체장이 하는 일을 사사건건 발목 잡는 것도 문제지만 같은 당이라는 이유로 지방의회가 견제기능을 상실하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 만약 지방의회가 단체장을 비호하는 거수기로 전락한다면 지방의회 무용론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정치의 기본은 대화와 타협이다. 다수당이라고 수적우세를 앞세워 소수당을 무시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너희가 그랬으니 나도 그러겠다는 것은 더더욱 정당하지 못하다. 그래서 지금의 결과를 더불어 민주당 지방의원들이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닌 듯하다. 절대 다수당으로서 `올바른 지방의회의 역할과 기능이 이런 것이다'라는 규범을 보여 주어야할 시험대 앞에 서있는 꼴이 되었으니 말이다.

다수당의 횡포를 견뎌야 했던 아픈 기억을 되살려 소수당과 화합하는 지방의회를 만들어야 한다. 투명한 예산감시와 집행부의 사업을 견제할만한 전문성을 높여야 하고, 의원 재량사업비 같은 것을 스스로 폐지하여 청렴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의회를 만들어야 한다. 또 의장자리를 놓고 벌이는 이전투구도 없애야 한다. 누가 다수당이 되어도 어쩔 수 없이 따라 할 만한 지방의회의 운영규범을 만드는 것, 이것이 도민들이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더불어 민주당 지방의원들에게 부여한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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