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들
젊은 그들
  • 김기자 수필가
  • 승인 2018.06.1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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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기자 수필가
김기자 수필가

 

부부인 듯했다. 특이한 것은 그들이 유난히 젊다는 거였다. 여자는 화장기 없는 얼굴이지만 바라볼수록 곱고 청순하다. 분명 그들은 지방에 있는 건설현장에서 전문분야의 일을 하는 듯했다. 가끔씩 이렇게 손님의 동태를 살피는 일은 내 안에서 무관심 아닌 관심이 된 지 오래다.
그래도 묻지 않았다. 어디서 왔으며, 아이가 있느냐는 등, 사적인 질문은 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의 피곤했던 하루를 조금이라도 녹여주기 위해 부족해 보이는 반찬들을 열심히 보충해 주었다. 내가 하는 일은 그저 이렇게 둘러보면서 손님이 편하도록 관심을 내려놓지 않는 거다.
나누는 술잔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흘낏 넘겨다보아도 술병의 술은 줄어드는데 대화는 흘러나오지 않는다. 그들은 지금 하루의 일과를 말없이 점검하며 또 내일을 준비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장해 보이기까지 했다.
잠시 후에 다른 모습을 보았다. 마주 앉아 먹고 마시는 일에 도란 도란이 필요 없다는 것을 알았다. 각자 휴대폰에 정신없이 빠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다. 새로운 풍속도였다. 자식 같은 또래의 정서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였다. 이런 내가 시대에 뒤처진 것인지 몰라도 아무튼 충격이었다.
다정하게 바라보았으면 했다. 젊은 그들이 마치 한 쌍의 새처럼 구구 거리며 즐겁게 식사를 해 주길 기대했다. 그런데 정신없이 빠져 있는 듯한 남자의 휴대폰에서 만화가 한참 흘러나오고 있는 게 아닌가. 자연스레 이번에는 여자의 휴대폰을 바라보게 되었다. 쇼핑 사이트를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여전히 그들은 대화보다 휴대폰에 고개를 묻은 채 식사를 하고 있을 뿐이다.
이윽고 그들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돌아서서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동안의 광경이 그림처럼 남게 되었다. 내가 방금 받아들이는 낯선 정서가 아무 일도 아님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야 했다. 변화한 세태를 이해해야 하는 아량이 필요할 뿐이었다. 전혀 거북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는 점과, 그 시간이 어쩌면 나름대로 달콤할 만치 충분한 휴식 중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상할 만치 그 모습이 아직도 머릿속을 채우고 있다. 더해서 우리를 편리하게 만들어주고 소통시켜주는 휴대폰의 등장은 정말 획기적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자꾸 그 부부가 내 앞에 어른거린다. 딸 같고 아들 같아서 그들의 입장과 젊은 현실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 가득하지만 그래도 썩 옳다고 여겨지지가 않았다. 아마 세대차이인지 몰라도 보이지 않게 가로막힌 벽이 사방에 존재하는 듯했다.
휴대폰은 지금 우리 곁에 너무나 가까워 있다. 이로 인해 감성은 조금씩 무디어져 가는 것만 같다. 우선 나부터도 그렇게 살고 있는지 모른다. 이제 바란다면 기기의 발달이 가져온 문명 속에 우리의 정서가 더 이상 밀려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편리한 만큼 사람 사이를 좁혀줄 건전한 방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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