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가 아닌 어른이 된다는 건
꼰대가 아닌 어른이 된다는 건
  • 안승현 청주시문화재단 비엔날레팀장
  • 승인 2018.06.1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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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
안승현 청주시문화재단 비엔날레팀장
안승현 청주시문화재단 비엔날레팀장

 

회식을 가급적 잡지 않는다. 저녁 회식 때 가능한 술을 권하지 않는다. 부득이 저녁때 회식을 할 때에는 1차에서 소리 소문 없이 피해준다. 말을 줄이고 많이 들어준다. 공장이야기는 피한다. 잔소리는 줄이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늘어놓지 않는다. 이상 꼰대로 불리지 않으려면 실행에 옮겨야 하는 사항이다. 가능한 저녁회식은 잡지도 말고 참석하지도 말아야 할 자리이다.

그런데 요즘 회식자리를 즐긴다. 저녁에 모여서 서로 술 한 잔 하면서 목청껏 웃는다. 서로 술을 따라주면서 챙겨주고, 1차에서 2차까지 장소를 옮겨가면서 서로 파이팅을 외친다. 자리를 파하면서 집에 도착하는 시간까지 카톡에 안녕하게 귀가하였는지에 대한 안부 문자가 도착한다. 오늘 즐거웠고, 같이 할 수 있어서 고맙다고.

회식의 자리는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고충을 격려하는 자리이다. 그간 업무공간에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핑퐁 하듯 주고받는다. 긴 드롭을 주면 멀찌감치서 받아주고, 단타를 치면 박장대소로 응한다. 독선적인 일방적 통행이 아닌 상대의 입장에 응해주는 교행이다. 그런 시간의 반복이 신뢰와 한울타리의 공동체로 묶어주는 물리적 요소이다.

말은 줄어들고 듣는 시간이 늘어나고, 어떻게 하면 서로 이해하고, 해결해 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의 시간이 늘어난다. 내 이야기보단 상대방의 입장에 선다. 전에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는데, 지금은 대화 속에서 자연스레 이해하게 된다. “아 그래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구나” 하고, 그러면서 고충을 알아주고 함께 나누고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배려하는 습관이 밴다. 많은 시간을 기다려주고 파악하는 데 쓴다. 어느덧 시간의 흐름 속에 좋은 어른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어릴 적 아이가 말을 배우면서, 옹알거리는 소리에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면서 응했던 시간, 커가면서 쫑알거리는 소리를 귀담아듣고 조언답지 않은 소리로 응해주던 시간이, 지금에선 직장에서 반복되고 있다. 많이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많이 들어준다. 그러면서 말을 하는 사람이 정리된 말을 구사하고 자율적 사고와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험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으로 가르치려 하고, 보이지 않는 권력도 아닌 힘을 가지고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경우를 자주 봐왔다. 자신은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전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자신만 모른다.

좋은 어른이 된다는 건,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의 반복인 듯하다. 그리고 많이 들어주고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습관이 밴 사람이 되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처음엔 아닌 걸 알면서도 들어주고, 생각할 시간을 준다. 자신이 잘못한 건 누구보다도 자신이 잘 알기에 잘못했다고 나무라지 않는다. 충분히 기다려주고 오히려 그런 상황이 된 것에 책임을 같이하는 것이 어른이다.

계단 밑에 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서면서 보이는 것이 있다. 거듭 반복해서 기다려주고 들어준다. 나도 처음엔 그랬었던 기억이 있다. 한 번에 안 되면 두 번, 세 번, 그리고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이렇게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같은 일을 할 수 있게 된 인연에 감사하며, 내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서로 좋은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 서로 배려하는 시간적 여유와 자신을 낮추는 겸손과 미덕을 갖추고 상대를 존중하고, 함께 함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본을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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