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만드는 ‘손’의 아름다움
역사를 만드는 ‘손’의 아름다움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8.06.1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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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역사'가 아닌 것은 없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기억하고 자각하며 인식하는 직접적인 것이든, 저 멀리 싱가포르에서 벌어지는 순간을 미디어를 통해 주시하든, `역사'는 늘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은 아니었다” “우리한테는 우리의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또 그릇된 관행들이 때로는 눈을 가리고 했는데, 우리는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 첫 발언은 `역사적'이라는 표현을 뛰어넘는 그 자체로의 `역사'가 되고 있습니다. 세기의 회담으로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던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새로운 미국과 북한관계의 수립, 한반도의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의 구축, 4.27 판문점 선언의 재확인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노력, 전쟁포로 송환 및 실종자 유해 발굴 약속 등 4가지 합의를 만들어 냈습니다.

나는 가슴 벅찬 감동으로 북미 양국 정상들의 합의문 서명을 지켜보면서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손들을 생각합니다.

가장 우람하거나 들판에 겨우 지탱하는 작은 풀들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을 덮고 있는 모든 식생들은 어느 하나 가릴 것 없이, 아주 작은 씨앗에서 시작됩니다. 떨어진 씨앗이 땅속에 묻혀 있다가 마침내 가녀린 싹을 틔우고,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수없이 많은 위험과 도전을 견뎌내야 합니다. 사람에게 씨앗은 `손'입니다. `손'을 통해 결국 지구를 지배한 호모사피언스의 위대함을 새삼 말하지 않아도 `손'은 인간세상의 모든 길흉화복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수단이 되고 있음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핵무기의 시작도 스위치를 누르는 `손'이고, 생명을 위협하는 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도 오로지 `손'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입으로 수없이 많이 도발과 경계, 험담을 늘어놓더라도, 끝내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의 관계를 만드는 일은 증오와 무시, 그리고 멸시를 털어내고 마주 잡는 `손'에 의해 완성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우리의 작고 보잘 것 없는 `손'으로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야 합니다. 겸손하지만 절대로 비굴하지 않은, 초라하지만 결코 부끄럽지 않은 우리의 `손'으로 당당하게 소중한 한 표, 한 표, 도장을 찍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구상의 유일한 종전의 땅, 한반도에 깊게 드리워져 있던 과거를 과거의 기억 속에 가두어두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약속의 `손'을 확인했습니다. 그 전에 우리는 도탄에 빠져 암울했던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 천만개가 넘는 `손'들에 들린 촛불로 마침내 희망을 만들어냈고, 분단의 상징 판문점의 경계를 넘나들며 남과 북이 마주 잡은 `손'들로 분열과 대립, 전쟁의 위기를 깨부수고 서로의 평화와 번영을 약속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우리의 `손'으로 피워낼 지방자치의 꽃은 어쩌면 지구와 한반도, 그리고 나라로 이어지는 큰 틀의 변화를 더욱 튼실하게 할 기초이며 기본이 되는 `역사'를 만드는 일입니다.

북한과 미국 정상들의 성공적인 세기의 회담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약속이 지켜져 우리가 아름다운 `손'을 기억하기까지 여전히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냉전 세력과 한반도에도 버젓이 남아 있는 분단 기득권 세력, 그리고 한반도의 분단과 갈등을 먹고사는 미국의 군사산업 및 일본의 우익세력을 심각하게 경계해야 하는 일은 충분히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촛불을 치켜 들은 `손'들로 확인한 국민주권의 소중한 가치와 나라다운 나라의 자랑스러움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국민주권의 소중한 가치보다 훨씬 더 가까이 있는 시민주권과, 참여와 소통의 참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 지방선거 순으로 투표율이 낮은 결과가 이를 반영합니다.

오늘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고장과 나라와 인류가 결국엔 커다란 하나의 공동체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 해야 합니다.

우리의 작은 `손'이 만들어내는 새로움이 우리의 생활 가까이에서 빛나는 아름다움이 되는 희망.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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