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왕 구본영
저축왕 구본영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8.06.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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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일반 급여 소득자로서 매년 2억5000만원 씩 저축한 사람. 당연히 대한민국 저축왕으로 불릴 만하다. 누구일까. 바로 구본영 민주당 천안시장 후보자다.

그는 지난 2014년 천안시장에 당선된 후 공직자윤리위원회에 11억600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면서 신고한 그의 재산은 무려 21억6000만원. 불과 4년 만에 거의 두 배인 10억원이 증가했다.

4년 전과 비교해서 그의 예금 재산은 7억4300만원에서 15억38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건물 재산은 5억4000만원에서 4억9000만원으로 소폭 줄었다. 채무 1억6000만원은 전액 갚았다. 그의 재산은 대부분 보험회사에 가입한 예금성 보험 재산이 대부분이다. 본인 명의의 재산이 3억4000만원, 배우자 명의의 재산이 11억3500만원이 현금으로 `저축'돼 있다.

그의 놀라운 재산 증식 비결은 뭘까. 정부 전자 관보에 게시된 그의 재산 증가 사유를 보면 다름 아닌 `안 쓰고 다 저축'이다. 버는 족족 저금을 했다. 유일하게 재산이 줄어든 경우가 한 번 있었는데 2016년에 5500만원 짜리 제네시스 승용차를 현금으로 추가 구입하는 바람에 지출이 발생했다.

천안시에 따르면 그는 2017년 말 기준으로 매달 1090만원 정도, 연봉으로 1억2000여만원을 받았다. 그의 배우자는 서울에서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자녀가 장성해서 들어갈 돈이 한 푼도 없고, 부부가 안 쓰고 소득의 전액을 저축한다면 연간 2억5000만원의 재산 증식은 가능할 수 있겠다.

이 란(欄)을 통해 구태여 선출직 공직 후보자 신분인 그의 소득을 끄집어 내는 이유는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112조는 선출직 공직자들의 공익 목적 설립 재단에 대한 의례적인 기부나 천재지변 등에 대해 구호적 기부 행위를 허용하고 있다. 천안시가 출연한 장학재단이나 복지재단 등에 기부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의 기부 실적을 보면 그의 소득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미미하다. 장학재단에 2014년에 한 차례 47만원의 기금을 냈으며, 천안복지재단에는 현재 급여 계좌에서 자동이체되는 월 수만원의 CMS 후원이 고작이다. 지난해 여름엔 그가 고향인 천안시 병천면에서 대규모 수해가 발생해 수백억원 대의 피해가 발생, 8250만원의 수재의연금이 기탁됐는데 기탁자 명단에서 그의 이름을 들어볼 수 없었다.

기부를 강제할 수는 없다. 그런 기부는 오히려 자신에게나 사회의 건강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재산 증식이 시민들의 혈세로 끼니를 해결하면서 이뤄졌다면 이건 짚어 볼 문제다. 최근 공개된 2017년도 천안시장 업무 추진비 내역을 보면 그는 1년에 325회에 걸쳐 9600만원의 식사 비용을 지출했다. 90% 이상을 소속 직원(연인원 5126명)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썼는데 1인당 한 끼 식사비용이 평균 2만원에 달했다. 한 끼 당 5000원~6000원짜리 서민들이 드나드는 재래시장 식당 따윈 아예 드나들지 않았다.

공무원들과 1년 내내 고급 식당으로 맛집 투어를 다니면서 연봉 1억2000만원은 전액 저축을 하고, 기부 따위는 관심이 없던 시장님. 이번 선거에서 살아 돌아온다면, 부디 서민과 약자를 생각하는 시장님이 되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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