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치, 선거문화부터 바꾸자
지방정치, 선거문화부터 바꾸자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06.11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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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제7대 지방선거 투표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들의 유세가 치열하다. 도심 주요 사거리는 각 당의 선거운동원들과 유세차량 홍보송으로 온종일 북새통이다. 여기에 마이크를 들고 후보지지 유세에 나선 운동원들의 우렁찬 목소리도 소음에 한몫한다.

법으로 정한 기간에 이루어지는 합법적인 유세라지만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그게 그것인 유세로밖에 안 보인다. 단지 옷 색깔만 다를 뿐이고, 현수막 색깔만 다를 뿐이다. 도지사, 시장, 교육감, 도의원, 시의원 후보자들의 이름이 도시를 도배하고 있지만 겹겹이 걸쳐진 거리현수막과 문자홍보는 공해 수준이다. 수없이 쏟아지는 홍보에도 또 선거철이 됐구나 하는 정도의 관심만 있을 뿐이다.

시민들의 반응과는 달리 정당과 후보자들 간의 경쟁은 과열에 가깝다. 구역이 좁은 시의원은 더더욱 심하다. 당이고 동지고 없다. 경쟁에 뛰어든 이상 당선돼야 산다는 무모한 도전이 활개를 친다. 당선되기 위해서라면 무리한 공약도 일단 던져놓고 보자는 식이다. 그래서 그런지 현수막에 걸려 있는 후보자들의 공약을 보면 국회의원이나 내놓을 수 있는 범 국가적인 정책도 남발하고 있다. 지방선거임에도 지역에 필요한 정책 이슈는 사라지고 중앙정치의 아류로 떠밀려 있다. 사활을 건 정당정치의 폐단이나 선심성 공약을 표방하는 후보도 문제지만, 세금 무서운 줄 모르고 혜택만 보고 도장을 찍는 유권자의 책임도 간과할 일은 아닐 것이다.

새로운 선거문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이야기지만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로 구분되는 우리의 선거는 2년마다 반복되면서 거리유세 규모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들의 선거 피로도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1990년대 풀뿌리민주주의를 외치며 문을 연 지방자치도 20여 년 만에 지방분권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제 선거문화도 정치규모에 맞게 새로 규정하고 조직할 필요가 있다. 지방선거와 중앙선거는 다르다. 지방선거는 지방자치단체의 유권자인 지역주민이 다수의 후보자 중에서 자신들의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다. 즉, 중앙정치가 국가라는 큰 틀에서 정책을 펼친다면 지방정치는 생활정치에 가깝다. 생활정치란 거시적인 중앙정치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지역의 현안을 지역민의 관점과 발전적 측면에서 해결하려는 정치의 첫 발걸음이다.

그럼에도, 작금의 지방선거는 중앙선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정치규모가 다른데도 거리유세는 중앙정치 급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도지사나 시장, 교육감 후보 외에는 정책을 알기도, 알리기도 어렵다. 시의원 후보들은 거리로 나서 얼굴알리기에 바쁘지만, 그들의 정책이나 소견을 듣는 자리는 전무하다. 여기에 시민단체에서 주도하던 매니페스트운동도 찾아보기 어렵고, 정책검증보다 정책제안을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생활정치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선거문화가 들떠 있다.

막판 치열한 선거전도 12일 자정이면 끝난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를 마지막으로 새로운 선거문화로 전환하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었으면 한다. “지방선거는 민주주의 학교다”라는 어느 정치학자의 표현처럼 지방정치는 작은 단위의 정치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지방정치인들은 거리가 아니라 주민들의 삶터로 들어가 함께 호흡하고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물량을 쏟아 붓는 선거유세에서 탈피해 정책과 정견을 통해 유권자가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선거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 지방정치가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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