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영혼의 편지
반 고흐, 영혼의 편지
  • 정선옥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 승인 2018.06.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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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정선옥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정선옥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오래전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미술관에 다녀왔다. 넓은 담 광장을 지나면 보이는 해바라기가 그려진 미술관에 들어서며 감동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인상적인 그림은 해바라기, 꽃피는 아몬드 나무, 고흐의 방이었다. 그리고 마음에서 잊혀졌다.

도서관 인문도서 코너를 기웃거리는데 낯익은 그림의 표지 `반 고흐, 영혼의 편지(빈센트 반 고흐 저·예담)'가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은 고흐의 후원자이며 동반자였던 네 살 어린 동생 테오와 주고받았던 편지 모음집이다.

내가 기억하는 고흐는 40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생애를 살면서 지독한 가난과 고독, 병마에 시달렸던 불운의 화가였다. 형을 평생 보살펴야 했던 동생 테오에 대한 연민도 있었다. 정작 고흐의 마음은 들여다보지 못했다. 책을 읽고 나니 그의 그림에 대한 열정에 감탄하며 연민이 밀려왔다. 고흐 미술관에 다시 가보고 싶어졌다. 미술관에 온종일 머물며 그림을 찬찬히 보고 싶다. 미술관 가기 전 이 책을 읽고 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내 안에서 전에는 찾지 못했던 색채의 힘이 꿈틀대는 것을 느꼈다. 그건 아주 거대하고 강력한 어떤 것이었다.”

10년 동안 900여 점의 작품을 남기며 죽기 전까지 그림을 그렸지만 생전에 팔린 유화 작품은 단 한 점이었다. 고흐는 밥 먹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하며 그림에 빠져 살았다. 유화 물감 살 돈이 없어 데생을 그렸는데 살아있는 동안 그림이 팔렸다면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알게 되고, 자신이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존재가 아니라 무언가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사랑을 느낄 때인 것 같다.”

자신을 새장에 갇힌 새로 표현한 고흐는 물질적, 정신적으로 테오에게 의지했고,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했다. 고갱과의 관계에서 우발적으로 귀를 자른 것도 외로움, 집착의 극단적인 선택이었다.

조카의 탄생을 축하하며 선물한 그림 `꽃이 활짝 핀 아몬드 나무', 푸른색과 노란색의 조합이 부드럽고 매혹적인 `아를의 포럼 광장에 있는 밤의 카페 테라스'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는데 참 따뜻했다. 불꽃 같은 그림에 대한 열정과 부단한 노력에 감탄한다. 고흐가 사랑한 마을 남프랑스 아를에 가고 싶다. 그가 서성대던 해 질 녘 카페거리, 론 강변, 고즈넉한 아를 골목을 거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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