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지지 감당할 역량은 되나
압도적 지지 감당할 역량은 되나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8.06.10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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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넉넉한 승리로 끝날 공산이 높아졌다. 지금까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당은 보수 텃밭인 부산과 경남, 울산에서도 1위를 달리고, 보수의 심장이나 다름없는 대구에서까지 접전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여당 바람은 기초단체장 선거까지 불어닥치는 모양새다. 여론조사 결과가 고스란히 투표 결과에 반영될 경우 여당이 지방권력까지 완전히 장악하는 상황은 현실이 될 것 같다. “광역단체 6곳 이상을 얻지 못하면 당직을 사퇴하겠다”는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배수진은 지금의 기울어진 형세를 그대로 대변할 뿐이다.

12곳에서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여당 압승이 예상된다. 여론조사에서 11곳이 민주당 우세로 나왔다. 경북 김천시만 무소속이 1위다. 여론조사 대로라면 야당은 한 석도 건지지 못한다.

이런 의문이 든다. 여당은 뭘, 얼마나 잘 했길래 이런 전례없는 호사를 누리는 것일까. 문재인 정권이 일궈낸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들 수 있겠다. 촛불혁명의 여진이 아직 남아 정부의 적폐청산 구호와 의지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유한국당의 시대착오적이고 자멸적인 행보가 보수의 이탈과 약화를 초래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더라도 지방선거 판세가 이렇게 일방적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해소되지 않는다.

그 다음에 드는 것이 걱정이다. 지방선거 압승이 정권과 여당을 자만의 길로 인도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다. 이미 그 조짐이 엿보여서 하는 말이다.

다음달 1일부터 주당 최장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인 근로기준법이 시행된다. 어기는 사업주는 형사처벌을 받는다. 이 개정안은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법 개정 후 3개월 이상을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해당 사업체들은 인력 추가고용 부담도 걱정이지만, 무엇보다 법정 노동시간 범위를 놓고 지금까지도 혼란을 겪고 있다. 휴식 시간, 출장가는 시간, 부서회식 시간 등을 근무시간에 포함할 것인지 조차 결정하지 못한 샹태이다.

당연히 고용노동부가 지침을 정해줬어야 했다. 이미 지난달 한국경제연구원이 이 법안을 시행할 준비가 됐다는 기업이 16.1%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터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사업체 문의에 “노사가 알아서 하라”는 무책임한 답변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여론이 들끓고 나서야 지난 주에 세부 시행지침을 마련해 이번 주에 사업체에 배포하겠다고 했다.

노동시간 단축은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시행 전부터 논란이 컸던 사안이다. 최저임금 처럼 취지와 결과가 따로 놀 가능성이 제기됐던 만큼 주무부처의 완벽한 준비가 절실했던 정책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어영부영하다가 시행을 불과 3주 남기고 뒷북을 울렸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농땡이다.

청와대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자평한 대목도 걱정스럽다. 실업률은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분기 중에 최저임금에 민감한 업종에서 일자리가 7만개나 줄고, 임시·일용직은 46만개나 감소했다는 정반대의 통계도 나왔다. 소득 최하위 20% 계층의 올 1분기 명목소득은 1년 전보다 8.0% 줄었다. 감소폭이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가장 크다. 반면 최상위 20%의 소득은 9.3%나 늘었다. 통계상으로는 소득 불평등이 역대 최악이다. `90%의 긍정적 효과'를 뒷받침할 수치는 찾기 어렵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속도 조절 필요성을 제기한 마당이다. 임기내 1만원 공약을 위해 내년과 후년에 15%씩 최저임금을 올릴 경우 내년 9만6000명, 내후년 14만4000명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청와대가 통계와 실상을 왜곡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이다.

아직 나오지도 않은 선거 결과를 놓고 걱정부터 하는 것이 경망스럽기는 하다. 그러나 가장 논쟁적인 공약을 추진해야 하는 핵심부처의 나태를 보면 지금의 행정부 역량으로 유권자의 압도적 지지와 기대를 감당할 수 있을 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권과 여당은 분에 넘치는 지금의 상황에 더 고개를 숙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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