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타쿠로 떠들썩한 일본
손타쿠로 떠들썩한 일본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18.06.0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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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손타쿠'로 일본 열도가 떠들썩하다. `손타쿠'는 윗사람의 뜻을 헤아린 뒤 알아서 행동한다는 의미의 촌도(忖度)라는 일본어다. 일본 내 `손타쿠'문화에 대한 비판의 소리와 자성의 움직임이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한 것은 지난달 초 니혼대학교와 간세이가쿠인대학교(이하 간가쿠대)간의 미식축구 정기전에서 발생한 반칙 태클 사건에서 비롯됐다. 니혼대 선수가 이미 공을 패스한 간가쿠대 선수에게 백태클 반칙을 시도, 간가쿠대 선수의 허리가 뒤로 꺾이면서 전치 3주의 허리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고, 니혼대 선수들이 “우치다 마사토 감독이 반칙을 하도록 시켰다”는 충격적인 증언을 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되기 시작했다.

“감독과 코치의 지시를 맹목적으로 따랐으며, 서로 간의 커뮤니케이션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니혼대 선수들의 성명서 내용 및 증언 내용을 종합해 보면, 감독의 지시는 절대적이었다. `손타쿠'문화에 길들여진 일본의 문화 속에서 선수들이 감독의 지시를 거스를 수 없었을 것이란 사실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일본 사회가 이 사건 때문에 한 달여 이상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은, `이건 정말 아닌데'라는 생각과 함께 감독의 지시를 따라선 안 된다는 판단이 섰음에도 불구하고, 선수가 감독의 뜻을 무조건 좇아 반칙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일본 내 뿌리 깊은 `손타쿠'문화에 대한 자성의 물결에 다름 아니다.

니혼대가 사건을 은폐 축소하기 위한 변명으로 일관할 때, 반칙 당사자인 미야카와 선수가 용기 있게 기자회견을 열어 “감독의 지시가 있었다”고 밝히고 “더 이상 미식축구를 할 자격이 없다”며 선수를 그만두겠다는 용단을 내림으로써, `손타쿠'라는 오랜 악습의 노예로 길들여져 있는 일본인들의 마음이 조금씩 동요되며 자성의 물결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달 29일 니혼대가 소속된 간토(?東)지역 학생미식축구 연맹이 임시이사회를 열고 연맹 사상 처음으로 니혼대 감독과 코치에 대해 `제명'처분을 결정했다. 간세이대도 니혼대 감독과 코치를 상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는 등 사건이 일단락돼가고 있다.

우리 사회도 일본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무조건적 `상명하달(上命下達)'을 미덕으로 여기는 그릇된 위계문화(位階文化) 및 누이 좋고 매부 좋기 위해 엉뚱한 제3자가 피해를 입는 `전관예우'등의 악습이 우리 사회 전역에서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이제는 아랫사람으로서의 예(禮)니 도리(道理)니 하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무조건 윗사람의 뜻을 추종하며 알아서 기고 과잉 충성하는 구태의연한 짓들은 사라져야 한다. 외적 경제 성장을 위한 노력만으론 GNP 5만 달러 시대에 진입할 수 없다.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사의 주역이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 전역에 똬리를 튼 온갖 적폐가 청산돼야 한다.

사서(四書) 중 하나인 대학(大學)의 가르침처럼, 하늘은 하늘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땅은 땅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함으로써 상하(上下)가 온전히 조화로운 `천지위언(天地位焉)'이 실현돼야만 대동사회가 이룩될 수 있다.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는 공자님의 말씀처럼, 각자 각자가 서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맡은 바 책무를 다 함으로써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부모는 부모답고, 자식은 자식다우면서도 지극히 자유롭고 합리적인 올바른 위계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그래야만 옳은 것은 옳다고 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하는 올곧은 세상, 다 함께 행복한 살맛 나는 정의로운 세상을 앞당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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