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삭감법
최저임금 삭감법
  • 권진원 진천 광혜원성당 주임신부
  • 승인 2018.06.0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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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권진원 진천 광혜원성당 주임신부
권진원 진천 광혜원성당 주임신부

 

며칠 전 언론을 통해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160표와 반대 24표, 기권 14표로 개정안이 가결됐다는 내용과 6월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이에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어지고 있으며 양대 노총의 총파업이 예고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앞서 5월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과 교통비, 식비 등의 복리 후생 수당의 일부를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을 의결했습니다.

기사를 먼저 접했지만 내용에 관심도 없었고 관련내용에 대한 이해도 없었기에 그냥 지나쳤습니다. 사실 종교인인 저는 이 문제에 문외한이며 관련성을 찾지 못했습니다. 더욱이 남북정상회담과 곧 있을 북미정상회담으로 모든 언론과 외신이 여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저 또한 거기에만 집중했습니다.

오죽하면 최근의 6·13지방선거와 러시아 월드컵도 이슈를 만들지 못하고 있으니 여타의 국내문제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부족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득 라디오를 듣다가 한 노무사께서 이 문제를 이야기하는 말씀을 듣고 귀가 쫑긋해졌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단순히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열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1년에 16-17%만 올리면 되는데 라는 생각으로 아무런 개념도 없이 기사를 지나쳤는데 세부내용을 보니 문제가 여럿이었습니다.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노동자의 월급의 기본급 산입범위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기업이 노동자에게 주던 상여금과 여러 수당을 기본급에 포함하자는 내용입니다. 언뜻 들으면 그래 월급에 이 모든 내용이 세분화되어 있는 것을 한 번에 들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면 좋을 것 아닌가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 수당이라는 것이 기업의 꼼수라는 것입니다. 기본급을 낮추어서 야간, 특근, 주말 등 수당이 기본급의 1.5배를 지불하는 지급액 낮추는 효과와 함께 퇴직금 또한 기본급으로 정산되기에 기업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업은 수십 가지의 명목으로 상여금 등을 월 단위로 쪼개어 기본금을 줄여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런 것들을 기본급에 포함시켜 버리면 그만큼 최저임금의 인상 효과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노동계의 입장입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최저임금을 삭감하는 법이라는 것입니다. 과거 기본급에 이런 비용이 들어가지 않았기에 그나마 최저임금이 조금 낮아도 수당으로 일부가 보존되었는데 이제는 이것이 불가능해지니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일반적으로 수당은 정상적인 근무 외의 작업에 대하여 근무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지급되는 돈'이라는데 사실은 기업이 부담을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악용되었음을 알게 되면서 배신감과 함께 노동계의 목소리가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주위를 보니 정말 많은 이들에게 어려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저임금은 인간적인 삶을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금액입니다. 부를 누리거나 떵떵거리며 살기 위해 책정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것을 삭감하려 한다면 기본적인 삶을 사는데 지장이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이제라도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비록 월급을 받고 있지 않더라고 우리의 가족과 형제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법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투명하고 열린 지갑으로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노동자들에게 풍요로운 생활이 아니라 최소한의 삶을 위한 일임을 기억하며 노동의 노자만 나와도 과격한 사람들로만 여기지 마시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한번 기울여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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