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동되는 참죽나무, 가죽나무, 가중나무
혼동되는 참죽나무, 가죽나무, 가중나무
  • 우래제 전 중등교사
  • 승인 2018.06.06 17: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우래제 전 중등교사
우래제 전 중등교사

 

친구가 자기 처가에 참죽나무 순이 많다고 따러 오라고 한다.

바람 쐴 겸 또 다른 친구 부부와 같이 달려간다.

이른 봄 두릅 순 따고 몇 주 지나면 옻나무 순과 참죽나무 순이 먹을 수 있을 만큼 자란다. 예전에 잎이 한두 뼘 정도 자라면 따다가 찹쌀 풀 발라 말려서 부각을 만들어 먹었던 기억이 난다.

특유의 고약한 냄새 때문에 내키지 않는 먹거리였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요즘 고약한 냄새가 중독성이 있는지 그 냄새 때문에 참죽나무 순을 찾는다. 그런데 그 나무를 노인들은 죽순나무라고 불렀다. 어떤 이들은 가죽나무 또는 가중나무라고 부른다. 도대체 무엇이 맞는 걸까?

참죽나무는 멀구슬나무과로 가죽나물, 참중나무, 참가중나무, 가죽나무라고도 한다. 한자의 참죽나무 椿(춘)자를 우리말로 튱나모라고 번역하였기에 중나무, 춘나무, 죽나무 등은 모두 이 한자의 음에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

또 참죽나무를 냄새나는 죽나무라는 뜻으로 취춘(臭椿)이라고도 한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에 자생하던 먹을 수 없는 소태나무과의 죽나무(가죽나무)와 구분하기 위해 먹을 수 있는 죽나무 즉 진짜 죽나무라는 뜻으로 참죽나무로 부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진짜 중나무라는 뜻으로 참중나무(眞僧木)로 부르는 것은 중(僧)과 관련이 없어 보인다.

가죽나무는 소태나무과로 꽃, 열매, 잎 모양까지 여러 가지 특징이 참죽나무와 다르다. 개죽나무, 가중나무라고도 한다. 원래 우리나라에 자생해 죽나무로 불리다가 중국에서 식용으로 들여온 참죽나무에 비해 먹을 수 없는 죽나무라는 뜻으로 개죽나무라 부르다가 가죽나무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에서 참죽나무를 가중나무라고도 부르고 가죽나무를 가중나무라고도 부르기에 참죽나무와 가중나무 가죽나무가 심하게 혼동되고 있다. 일부도감에도 가죽나무를 가중나무로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우리가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참죽나무로 먹을 수 없는 것은 가죽나무(비추천명으로 가중나무)로 나와 있으니 구별해 참죽나무와 가죽나무로 통일되게 사용해야 한다.

참죽나무의 순이 좋아질 무렵 묘목 시장에서 참죽나무 몇 그루를 비싸게 사다 심었다. 그런데 특유의 고약한 향이 없다. 웬일일까? 나중에 알아보니 중국산 묘목이란다. 그런데 원래 참죽나무의 원산지가 중국이 아니었던가? 오래 전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토착화 된 참죽나무와 최근 들여온 참죽나무의 향이 다른 것을 보면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는 말이 맞는가 보다. 양봉업자들이 좋아 하는 밀원식물이 아까시나무다. 그 아까시나무의 원 고향인 북미보다도 우리나라의 아까시아 꿀이 향이 더 좋다고 하니 참죽나무와 아까시나무가 우리나라에 와서 정이 들었나보다.

오래 전 산 넘고 고개 넘어 몇 시간을 걸어 도착한 외가. 방학이면 한번 씩 찾고 싶은 곳. 또래의 외사촌들이 있어 좋았고 외삼촌 내외가 있어 가끔씩 찾던 곳. 외할머니가 계시지 않은 터라 서운했지만 웬지 모르게 그리운 곳이 외가이다. 반질반질하게 닦은 대청마루. 불그스름한 나무결이 일품인 참죽나무로 만든 외가의 그 대청마루가 그립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