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와의 전쟁
빨대와의 전쟁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06.0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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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전 세계가 빨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200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비닐봉지 사용 금지법이 유럽과 아시아로 확산하면서 EU는 2021년까지 빨대와 페트병, 면봉 등 10여 종의 플라스틱 제품에 대해 사용 금지를 추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흔한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가 눈에 띈다. 영국 정부는 올해 안으로 플라스틱 빨대를 금지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고, 캐나다 밴쿠버도 내년 6월부터 식당과 술집에서 일회용 빨대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의회에서 의결됐다고 한다.

스위스나 미국의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애틀에서도 식당과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나 커피 스틱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스타벅스, 코스타 등 커피숍과 항공사 측도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거나 종이재질로 바꿀 계획이라고 한다.

이처럼 전 세계 선진국들이 플라스틱 사용 규제에 나선 것은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위기의식과 그로 인한 환경파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매년 800만톤 이상 바다로 흘러가 해양생물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북태평양에서는 한반도 7배 크기의 플라스틱 섬이 발견되었고, 스페인 해변에서 발견된 죽은 고래는 부검 결과 뱃속에서 29㎏에 이르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와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대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플라스틱으로 존재하고 있어 바다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빠르고 거대하게 플라스틱 쓰레기장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생활편리와 산업화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용품은 공포다. 라면 봉지, 과자 봉지, 일회용 손장갑, 빨대 등 비닐류는 사용금지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잠깐 사용한 빨대 하나가 분해되는 데도 500년 이상이 걸린다는 보고서를 생각하면 분명 끔찍한 일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1인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이 세계 2위인 점을 고려한다면 썩지 않는 쓰레기 문제는 곧 닥칠 우리의 미래다.

한 달 전 중국발 플라스틱 수입금지로 우리나라는 재활용품 수거에 큰 혼란을 겪었다. 세계 최대 재활용 쓰레기 수입국인 중국이 올해 초부터 폐기물 24종의 수입 금지를 본격화하면서 중국 수출길이 막힌 국내 재활용 업체들이 폐기물 수거를 중단하면서 쓰레기 대란이 벌어진 것이다.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게 된 데에는 영화 `플라스틱 차이나'가 단초 역할을 했다. 중국 왕주량 감독이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는 쓰레기 재활용 공장의 노동자들과 그 가족의 열악한 생활환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가난과 인권의 문제로 조명했다. 또 세계인들이 쓰고 버린 플라스틱을 분류하며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있는 중국을 고발하면서 자국의 환경문제에 화두로 던졌다. 한 편의 영화가 던진 파문은 `플라스틱 차이나'를 변화시키는데 지렛대가 된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플라스틱 사용 금지가 캠페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품목을 가리지 않고 포장재가 넘쳐나면서 연간 1인이 사용하는 플라스틱 사용량도 세계 2위 수준이다. 중국발 쓰레기 대란은 우왕좌왕 끝에 수그러들었지만 재발의 소지는 여전하다. 정부와 기업, 시민이 함께 지혜를 모으고 서둘러 대안을 찾지 못하면, 과감한 환경정책을 실행하지 못하면 쓰레기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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