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피해는 누가 보상하나
`네거티브' 피해는 누가 보상하나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8.06.03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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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역대 지방선거 가운데 가장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선거를 접하는 유권자들의 반응은 도농(都農)을 불문하고 무관심을 넘어 차가울 정도다. 여당의 일방 독주와 야당의 지리멸렬, 전혀 새로워지지 않은 후보자들의 면면에서 유권자들은 흥미를 잃은 듯하다. 유권자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구태의연한 공약들도 한몫을 한다. 무상을 전제로 남발되는 복지공약들에서는 예산확보 문제 등 추진 가능성을 놓고 최소한의 고민을 한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우량기업과 투자 유치, 중앙기관 유치, 인구의 획기적 증가 등 뜬구름 잡는 약속들도 마찬가지다. 이미 숱하게 속아온 유권자들에게 다시 공수표를 들이미는 몰염치만 확인될 뿐이다. 중앙정부도 죽을 쑤는 인구문제와 관련해서는 차라리 “목적도 애매하고 실현 가능성도 없는 인구 늘리기에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기보다는 지역을 지키는 원주민들의 행복과 복지에 주력하겠다”는 후보가 나오면 뽑고 싶을 정도다.

외면받은 선거판에서는 사생활까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네거티브만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미 온라인에서의 비방과 흑색선전은 도를 넘어섰다. 선관위가 적발한 불법 사례가 벌써 지난 지방선거의 3배에 달한다고 한다. 정책과 이슈 발굴 능력이 없는 후보들이 무심한 유권자들을 자극하는 수법으로 공작선거에 나서는 것이다.

엊그제 박세복 자유한국당 영동군수 후보가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시달려왔던 학력위조 의혹을 벗었다. 박 후보는 지난 3월 지역의 한 주간신문사 대표로부터 공문서 위조·행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출석 일수를 채우지 못한 가짜 고등학교 졸업장을 선관위에 제출해 각종 선거에서 당선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박 후보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와 당시 담임의 진술 등을 토대로 무혐의 처리했다. 박 후보의 생활기록부는 졸업 요건을 갖춘 것으로 확인됐고, 담임교사도 박 후보가 졸업에 필요한 출석일수와 시험을 충족했다고 진술했다. 박 후보의 당시 동급생들도 같은 증언을 했다.

박 후보는 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군의원에 출마해 의장을 지냈으며, 지난 선거에서는 군수에 당선됐다. 그의 고교 졸업장은 대학 입학과 졸업, 두 차례의 선거 출마에서 이미 공인을 받았다. 가짜 졸업장이 그동안 대학과 선관위 검증을 통과했다는 주장은 애시당초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굳이 고발을 하려면 자격 미달자에게 졸업장을 준 학교부터 하는 게 순서였다. 졸지에 가짜 졸업장을 만들어준 오명을 쓴 해당 고등학교는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박 후보에 대한 고발은 강행됐고, 급기야 선거판 정치공세에 이용됐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자퇴와 복학을 반복하며 수십 년 만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박 후보를 모범생이 아니었다고 꼬집을 수는 있다. 그러나 `학교 다니며 그를 못 봤다는 동급생이 있다'는 아련한 근거를 내세워 박 후보 학력을 통째로 부정하고, 선거 전 고발의 방식으로 지역에 공론이 돌게 한 행위는 악의를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박 후보는 혐의를 벗었지만, 이미 두 차례 TV토론에서 상대 후보로부터 학력위조 의혹으로 공격받아 내상을 입은 후이다. 유권자들 사이에는 그의 고교 졸업에 대한 의심이 광범위하게 유포된 상태이다. 박 후보가 앞으로 검찰에서 밝혀진 자신의 억울함을 적극 알린다 하더라도, 확산된 의혹과 의심을 말끔하게 거둬들이기는 어렵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그 피해가 이번 선거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박 후보는 지난 선거에서도 `교사를 때려서 퇴학을 당했다',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손가락을 잘랐다', `부인이 술집 출신이다'는 등의 헛소문에 시달리다 눈물까지 보인 적이 있다.

후보의 도덕성과 인격 검증은 중요하다. 사생활도 성역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검증은 상대가 부정할 수 없는 완벽한 사실을 토대로 이뤄져야 한다. 공격하는 쪽에서는 `아니면 말고'로 끝나지만, 당한 쪽은 `아니어도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이 후보들이 쏟아내는 언설의 진위까지 꿰뚫는 매의 눈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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