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흙길
그리운 흙길
  • 임도순 수필가
  • 승인 2018.06.0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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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임도순 수필가
임도순 수필가

 

상쾌한 아침을 맞으며 산책을 나선다. 음성천변을 따라 잘 닦아진 길을 걸으며 하루가 시작된다. 청명한 하늘이 자랑할 때는 마음 또한 밝게 빛나고, 시원한 가슴은 온 세상을 품으며 푸근함을 선사한다.

날씨에 따라 걷는 분들의 숫자가 확연히 다르다. 비가 오고 오지 않고, 온도가 높고 낮음도 영향을 주며 특히 미세먼지가 나타나면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마스크는 필수고 옷차림이 달라진다. 건강을 위한 활동이 오염된 환경 때문에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걱정을 한다. 환경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눈으로 보면서 대응하지만, 모순이 있다. 흙이 아닌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에 대한 거부감은 느끼지 않는다.

길은 사방으로 있어 원하는 방향으로 간다. 자전거길, 걷는 길, 자동차 길, 농업을 위한 길이 매끈하게 포장되어 안내한다. 농촌 부락의 길목도 길의 선형과 넓이에 관계가 없이 어김없이 포장이 되어 있다. 어느 방향을 선택해도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포장이 되어 다니는데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있다. 조금은 불편한 길, 자연이 생동하는 길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요즈음은 포장된 길이 너무 많아 아쉬움이 남는다. 흙으로 된 길을 찾아볼 수가 없어 걷고 싶어도 못 걷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만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흙길이 다니는데 불편하여도 걸어보고 싶은데 그런 길이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흙으로 된 길을 유지하는데 비용이 부담되더라도 일정 장소를 정하여 관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맨발로 다니는 길이 먼 옛날에나 걷던 추억으로만 삼기에는 미련이 많이 남는다.

문경새재에 제1관문에서 제3관문까지의 길은 흙길이다. 7km 되는 거리를 두 시간 반 정도 걸으면 되지만 걷기에 따라서 시간은 천차만별이다. 길 중간 중간에 흙길을 보수하려고 쌓아놓은 흙더미가 보여 관리에 어려움이 있음을 알게 한다. 흙길을 밟고 걸으며 아름다운 주변 풍광을 감상하는 여유가 생겨 좋다. 중간 중간에 옛날을 돌이켜 보게 하는 소재가 많이 있고, 특히 걸으면서 건강을 얻는 즐거움이 있다. 잘 관리된 흙길을 맨발로 걸으면 지기(地氣)를 받아 힘이 솟아나는 듯하다.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씌워 놓지 않아 관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흙길을 유지하여 줌에 고마운 마음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환경에 더 민감하다. 안전한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 구입 할 때부터 신경을 많이 쓴다. 중국이나 서해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에 대하여 거부감도 크다. 생활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더 좋은 환경에 관심이 높다. 아이가 매일 이용하는 길도 자연 친화적이면 좋지 않을까. 포장된 도로가 이용하기에는 편리하지만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건강을 위하여 걷는 길에도 높은 관심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활환경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포장된 길도 좋지만 자연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조성되기를 바란다. 예전에는 그리도 흔한 길이었는데 이제는 흙길이 그립다. 다시 밟기는 점점 더 어려울듯한데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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