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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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18.05.3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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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소품문(小品文)
강대헌 에세이스트
강대헌 에세이스트

 

근래에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직장 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뜻이 바뀐 속어로 쓰이는 말이 있지요. `꼰대'라는 말입니다. 꼰대의 육하원칙이란 것도 있더군요. “내가 누군지 알아?(who), 뭘 안다고?(what), 어딜 감히(where), 내가 왕년에는(when), 어떻게 감히(how), 내가 그걸 왜?(why)”

평소에 위와 같은 말들 자주 쓰시나요? 이경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정신의학적 분석을 통해 바라본 꼰대의 세 가지 특징으로 사고의 경직성, 공감(empathy) 부족, 강한 인정 욕구를 들었더군요. 꼰대라는 말과 비슷하게 사용될 수 있는 말이 있죠. `리더(leader)'가 아닌 `보스(boss)'와 `어른'이 아닌 `노인(人)'도 그럴 겁니다.

그럼 `개저씨'는 어떤가요? 개저씨라는 말은 `개+아저씨'라는 뜻으로 40~50대 개념 없는 중장년층을 가리키는 SNS를 중심으로 생겨난 신조어입니다.

일명 `개저씨 체크리스트' 7개만 잠깐 들여다보면 되겠네요.

1. 식당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에게 반말한다.

2. 상대방을 잘 알기 위해 지나치게 사생활을 묻는다.

3.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가벼운 스킨십이나 성적 농담을 한다.

4.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아랫사람에게 폭언 또는 폭행했다.

5. 회식도 업무의 연장!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6. 직장 후배에게 업무 외의 개인적인 일을 시킨 적이 있다.

7. 자신의 가부장적인 생각이나 가치관을 주변에 강요했다.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개저씨도 꼰대 맞네요. 7개 중에 단 한 개라도 그런 적이 있다면, 자신을 개저씨나 꼰대라고 생각해도 말릴 사람이 없을 겁니다.

문유석 부장판사가 작년 1월에 J일보 기명(記名) 칼럼에서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이란 것을 쓴 적이 있었죠. 반향이 아주 컸어요. 그만큼 동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증거네요. 개신교계 방송 중 하나로서, 대한민국 최초의 민영 방송이기도 한 지상파 C라디오의 어느 뉴스쇼에선 곧바로 그를 초대해 왜 그랬는지 직접 얘기를 들었고요.

당시 법조계 6년차 부장이기도 했던 그가 뉴스쇼에서 대담을 통해 피력했던 입장은 다음과 같았어요.

“(꼭 저녁 회식이 아닌) 업무시간 중에 무슨 얘기도 할 수 있는 게 중요한 게 아닌가?”, “실수를 하면 드라이하게 실수에 대해 알려 주면 되는 거지 잔소리 덧붙일 필요는 없다. 또 실수 자체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인격에 대해선 얘기할 필요가 없다.” “꼰대질은 이미 뭔가를 망치고 있는 사람들인 꼰대인 우리끼리 하자.(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비판해야 한다.)” “상급자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뭘 대단한 일을 해서가 아니라 뭔가를 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조금 더 행복하게 할 수도 있다. 부장님이란 존재를 모든 기성세대와 힘을 가진 사람들로 바꿔 볼 수도 있다.” “더 큰 책임을 가진 사람들이 먼저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니 `아저씨'에 대한 얘기는 언제 하는 거야, 궁금하신가요? 그 얘기는 지면 분량상 다음 소품문(小品文)에서 더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기다려 주세요.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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