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치인을 존경한다
나는 정치인을 존경한다
  • 양철기 원남초 교장·교육심리박사
  • 승인 2018.05.3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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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원남초 교장·교육심리박사
양철기 원남초 교장·교육심리박사

 

어딜 가든 깍듯한 인사와 함께 명함을 건네고 악수를 청한다. 여러 명이 동시에 건넬 때는 어디부터 받아야 할지 당황할 때도 있다. 열심히 명함 돌리고 출퇴근시간에 교차로에서 벌서듯 커다란 사진을 들고 연신 허리를 굽히는 정치지망생들을 보면 안쓰러움과 부러움 등의 마음이 교차한다.

필자는 정치인(선출직 공직자)을 존경하려고 노력한다. 더 나아가 아무리 작은 단체에서라도 회원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 단체장은 존경하려고 노력한다. 다른 어떤 이유보다 자기노출을 할 수 있는 그들의 용기와 자신감 때문이다.

누군가와 관계를 형성하고 싶을 때 우리는 때로 모험을 감수하며 자신을 드러내는 시도를 한다. 자신의 정보(신상, 경험, 생각, 감정 등)를 공개하는 것을 심리학 용어로 자기노출(self-disclosure)이라 한다. 적절한 자기노출은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말도 잘하고 외모도 호감형인 데도 대인관계가 좋지 못한 경우는 자기노출에 인색한 것이 하나의 원인이다. 친밀도와 자기노출은 정비례하는데 자기노출을 하면 상대도 그만큼 자신을 드러내게 된다.

자기노출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행위 같지만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다. 대인관계에서 항상 고립되어 있거나 지나치게 방어적이거나 고립적인 사람은 자기노출을 꺼리는 경향이 높다. 불행하게도 이런 사람들은 자기노출을 할 대상을 찾지 못했거나 상대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자치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은 자신뿐 아니라 가족 전체가 자의적인 자기노출이 아닌 타의에 의한 강제적 자기노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선거기간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타의에 의해 자기노출 상태에 놓인 그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교육감이나 도지사라면 160만 도민 앞에 발가벗고 심판을 기다리는 삶을 살아간다. 기초의원이라면 그 집안 숟가락이 몇 개까지 알고, 어린 시절 동네 참외밭 서리하는 것까지 알 수 있는 관계의 이웃이 비밀투표로 선출한다. 60년을 살아왔으면 60년 삶을 이웃과 유권자 앞에 내어놓고 검증받으며 그들의 판단을 기다린다.

재선, 3선이라면 8~12년 이상을 개인의 삶 없이 절제하고 베풀며 살아야 한다. 그 반대급부로 권력이라는 것이 주어지겠지만 선거에 나올 수 있고 또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가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하기에 정치인을 안주 삼고 가십(gossip) 하지 않고 싶은 것이다. 이러한 험난한 여정을 감수하려는 후보자들의 행동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바라건대 강제적 자기노출로 인한 험난한 검증과정을 통해 유권자와 더 친밀해지고 자신의 삶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그리고 그 속에서 옥석이 가려져 큰 정치인, 능력 있는 정치인, 깨끗한 정치인, 진실한 정치인이 선출될 것이다.

모 대학에서 44개 직업을 대상으로 한국인이 가장 신뢰하는 직업에 관한 조사결과 소방관(1위), 환경미화원(2위), 의사(3위), 교사(4위)…상인(43위), 정치인(44위) 순으로 나타났다. 정치인(선출직 공직자)의 순위가 꼴찌인 것이 낯설지 않다. 그러나 초등학교 반장·부반장 선거, 아파트 라인 대표 선거, 마을 이장선거에 나가본 사람은 안다. 선거란 것이 그 얼마나 부담스럽고 힘든 과정이란 것을. 그리고 반드시 누군가는 그 과정을 거쳐 선출되어야 한다.

뙤약볕 아래서 명함 돌리고 90도로 허리 굽히는 그들에게 먼저 따뜻한 말 한마디 손 한번 먼저 주는 유권자가 되는 것도 멋진 모습일 것이다. 나는 정치인들을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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