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높은 층에 살수록 더 빨리 늙는다
아파트 높은 층에 살수록 더 빨리 늙는다
  • 김태선 충북과학고 교감
  • 승인 2018.05.30 19: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김태선 충북과학고 교감
김태선 충북과학고 교감

 

비가 오려는 듯 무덥고 습한 날씨에도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학생들의 젊고 생기 넘치는 움직임을 보다가 문득 “난 언제 이렇게 나이가 들었지? 세월이 왜 이렇게 빠른 거야?”하는 생각을 했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토요일을 싫어했다. 방과 후에는 왜 그리 무료하고 시간이 더디 가던지…. 그런데 지금은 “벌써 몇 달이 지났네? 새 학기 시작이 어제 같은데”라고 생각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시간은 왜 흘러가는가(Why Time Flies)'라는 책에서 앨런 버딕(Alan Burdick)은 왜 어린 시절에는 시간이 느리고 어른이 되어서는 빠르게 느껴지는지에 대해, 우리의 감정과 경험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다양한 연구 사례를 통해 언급했다. 그리고 결론 내리기를 나이와 무관하며 개인적인 체험에 바탕을 두고 시간이 빠르거나 느리다고 생각한다고 하였다.

즐거웠던 시간은 빠르게, 지루했던 시간은 느리게 가는 것처럼 인식하게 되는데 이를 파악하게 되는 것은 `지금'이 아닌 `나중'이다. 이 정도까지 고민하다 보면 어느덧 과학이 아닌 철학의 세계에 들어가게 된다.

도대체 시간이란 뭘까?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이 세상에 발표되기 전까지는 철학자들의 관심거리였지만 오늘날 우리는 과학자들과 함께 시간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에 의하면 중력과 시·공간은 서로 영향을 미치는 개념이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시간과 공간은 전혀 다른 개념이지만, 아인슈타인의 중력방정식에서는 동일한 개념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공간을 휘게 할 수 있는 중력이 시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결론이다.

아파트 높은 층에 살수록 더 빨리 늙는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어디에 사는지에 따라 다르게 나이를 먹는단 말인가! 그러나 물리학은 말한다. 엄연한 사실이라고.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 중력이 가장 큰 곳은 지구 표면이다. 표면에서 바깥으로 멀어질수록 중력은 상대적으로 작아진다. 따라서 표면에서 가까운 아파트 1층에 사는 사람은 10층에 사는 사람보다 더 큰 중력이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중력이 시간을 느리게 흐르게 하므로 1층에 있는 사람의 시간이 더 느리게 흐른다.

그럼 모든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 세상의 모든 아파트 고층에는 사람들이 살지 않으려고 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인슈타인의 중력방정식에 지구 중력을 넣어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대략 10층에 사는 사람은 1층에 사는 사람보다 100년에 0.000001초 정도 더 빨리 늙는다. 높은 층에서 얻게 되는 아름다운 전망을 생각하면 대가를 치를만하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블랙홀 근처에 있는 행성에서의 몇 시간이 지구에서는 몇십 년에 해당한다는 점을 스토리 전개에 주요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주말엔 `시간'을 내서 다시 영화 `인터스텔라'를 볼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