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가족의 탄생
新가족의 탄생
  • 유현주 청주시립도서관
  • 승인 2018.05.2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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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유현주 청주시립도서관
유현주 청주시립도서관

 

경사진 지형에 맞춰 경사가 높은 곳에는 2층으로 집을 쌓고, 낮은 곳에는 지하 2층으로 집을 내렸다. 다 함께 운동을 하거나 영화를 볼 수 있는 마당이 있는 가운데 길을 사이에 두고 총 여덟 채로 구성된 윗집, 아랫집이 양쪽으로 사이좋게 줄지어 선 작은 마을.

초여름이면 마당 한쪽에 비단으로 수를 놓은 것처럼 줄기 끝마다 동그란 꽃들이 초록 잎을 배경으로 연보라빛을 뽐내는 수국 꽃이 잔잔하고, 여덟 채의 집 앞에 심어진 나무들은 제각각 그 집의 이름이 되어 불린다. 감나무집, 석류나무집, 무화과나무집, 매실나무집, 사과나무집, 자두나무집, 대추나무집, 모과나무집…….

수국 꽃과 함께 여덟 나무집이 모인 `나무 나라'라는 뜻을 담은 이곳의 이름은 수(樹)국(國)마을.

집 한 채에는 수녀 엄마 한 분과 12명의 중, 고등학교 아이들이 도란도란 산다.

이렇게 수국 마을은 새로운 방식의 아동복지시설이며, 아이들의 자립과 미래를 위해 수녀님들이 자신들의 전부인 퇴직금을 모아 만든 집이다. 하느님 앞에서 서약한 청빈과 순명, 자선의 행동이라고만 여기기엔 수녀님들이 정말 위대하다.

이곳은 좀 특별하다. 꿈을 가진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각각 한 그루의 나무이자, 그 꿈나무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기존 양육 시설에서처럼 정해진 누군가가 아이들을 키워주는 피동적인 양육을 거부한다.

이러한 피동적인 양육이 아이들로 하여금 몇 겹의 보호막에 둘러싸여 내적 동력을 갈고 닦을 기회를 잃어버리게 만들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이곳에서 아이들은 누군가의 감독 아래 살아가는 게 아니라, 각각의 집 구성원으로서 온전한 `자립'을 위해 아이들 스스로 능동적인 삶을 살아간다.

이곳에서의 생활이 아이들을 정신적 빈곤, 나태, 폭력, 화, 상처, 외로움, 스트레스와 같은 불행한 삶에서 벗어나, 운동, 여유, 독서, 치유, 자립, 정서적 풍요, 자존감과 같은 긍정적인 삶의 키워드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게 만들었다.

생물학적 가족의 해체가 빈번한 오늘날,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이 모여 자신들의 상처를 보듬고 또 다른 가족으로 거듭나는 모습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훗날, 아이들이 독립해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은 뒤, 자신들의 유일한 울타리였고, 보호막이자 사랑으로 기억될 수국 마을을 찾았을 때 집 앞에 심어진 나무는 무성해져 아이들의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5월의 따스한 햇살을 꼭 닮은 수국마을을 보면서 박인술씨의 `하늘'이라는 시가 문득 떠오른다.



`아버지는

일거리가 없을 때

하늘을 쳐다봅니다.

어머니도

궂은일이 생기면

하늘을 쳐다봅니다.

저도 숙제가 너무 많아

가슴이 답답할 때면

하늘을 쳐다봅니다.

셋방살이 방 하나

우리 집 식구들은

하늘을 보고 삽니다.'



가정의 달, 5월의 끝자락에서 `가족'이라는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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