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진보 아닌 `좋은' 교육감 원한다
보수, 진보 아닌 `좋은' 교육감 원한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8.05.2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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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보수 교육감 후보 단일화가 성사됐다. 심의보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황신모 후보를 제치고 보수 교육감 후보로 결정된 것이다.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긴 했지만 후유증도 만만찮다. 보수와 진보 진영 논리 싸움의 틀에서 유권자들이 선거에 염증을 느껴 무관심하게 만들었다.

단일화 과정도 교육자답지 못했다. 합의한 내용이 어찌 됐건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고, `네 탓' 공방을 했다.

보수 후보들이 단일화에 이렇게까지 목을 메게 된 것은 지난 6대 선거 학습효과 탓이 커 보인다. 당시 교육감 선거는 예비후보등록 전부터 후보가 난립하면서 과열양상을 보였다.

거론된 후보만 10명이 넘었고, 최종 3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다자구도로 치러진 선거는 진보 진영 후보가 당선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 때부터 보수 후보가 교육감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서는 일대일 선거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가 지배했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역시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후보 단일화에 사활을 걸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고 나선 단체들이 혼란을 부추긴 면도 있다. 후보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두 단체가 나섰지만 단일화에 실패하자 제각각 후보를 내세우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단일화가 무산되자 책임 공방만 벌어지게 만든 꼴이 됐다. 이 과정에서 두 후보는 감정이 상할대로 상했고, 상대에 대한 비난은 교육자로서 넘지 말아야 할 수위를 넘나들었다.

김병우 교육감의 책임도 없지 않다. 김 교육감은 지난 2014년 선거 당선 인터뷰에서 충북교육의 미래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불통 행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교육 당사자들은 물론 각계각층,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 소통하고 협력하는 교육공동체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추진하는 정책마다 이념 논쟁을 불러왔고, 측근 인사로 직원들로부터 불만을 샀다. 의회와도 불통으로 잦은 마찰을 빚었다.

`소통'이 사라진 교육현장에서는 보수와 진보로 편을 갈라 대립과 갈등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보수라고 자처하는 후보들이 단일화를 해야겠다고 나서게 된 빌미가 된 것이기도 하다.

지난 2014년 선거 때나 지금이나 보수와 진보로 편을 갈라 싸우는 데는 달라진 게 없이 대동소이하다. 그 핵심에는 여전히 당선이 우선이지 정책은 없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편을 갈라서는 안 되는 교육에 `보수와 진보가 왜 필요하냐는 것'이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오로지 좋은 교육만 받을 권리가 있을 뿐이다. 좋은 교육은 공부하는 학생들이 판단하고 느낄 문제다.

그래서 교육감 후보를 보수와 진보로 나눌 일이 아니다.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편향적이거나 편협된 교육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보수'와 `진보'후보로 구분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도 없고 대칭 개념도 아니다. 사전이나 정치학적 용어에도 그같이 이분법적으로 사용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왼쪽만 움직이며 사는 것이 아니고, 오른쪽만 움직이며 사는 것도 아니다. 교육의 수장을 어느 한 쪽만 쓰는 반신불수를 뽑지는 말아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사교육에 내몰리지 않고 교육현장에서 즐겁게 배우고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개발하면서 미래를 꿈꾸는 행복한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만들 후보가 당선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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