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자매
형제 자매
  • 류충옥 수필가(청주 경산초 행정실장)
  • 승인 2018.05.27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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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류충옥 수필가(청주 경산초 행정실장)
류충옥 수필가(청주 경산초 행정실장)

 

봄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갓 피어난 아카시아 꽃 내음이 피어나기 시작할 때쯤 내리는 봄비다. 나뭇잎은 연노랑보다 조금 더 싱그러운 연녹색을 띤 채 물기를 빨아올리느라 여념이 없다. 마치 배고픈 아기들이 엄마 젖을 쭐쭐 빨아 먹는 것처럼 나무도 봄비를 쭉쭉 빨아올린다.

엄마가 편찮으셔서 거동을 못하신지 근 10년. 그동안 5자매가 매주 순서를 정해 부모님을 방문했다. 예전에는 주말에 모두 모일 기회가 많았는데, 당번처럼 순서를 정하다 보니 부모님 생신 등 특별한 날이 아니면 전체 볼 날이 적어졌다. 그래서 이번에 다 같이 여행을 가기로 했다.

첫 번째 나들이인 만큼 아버지를 모시고 93세의 이모님을 만나러 인제를 갔다. 부모님의 형제·자매 중 아직 유일하게 생존해 계시는 이모님은 걷지 못하시고 차도 오래 못 타신다. 그러니 아직 차라도 타고 다니실 수 있는 88세이신 아버지를 모시고 이모님을 찾아뵈었다. 엄마가 저리도 속절없이 요양원 침대에만 누워계실 줄 그 누가 알았을까. 진작 엄마 모시고 나들이 좀 많이 다닐 것을 고작 해야 수안보 벚꽃 구경시켜 드린 것이 전부였던 아쉬움이 아버지와의 여행을 계획하게 한 것이다.

이모님은 우리를 보자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고 너무도 반가워하신다. 93세이시지만 말씀하시는 것은 아직도 정정하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엄마가 요양원에 누워만 계신다고 하자 젊어서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그렇다고 안타까워하신다.

한 뿌리에서 나고 자라며 비슷한 생김새와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 같은 부모를 공유하고 같은 음식을 나눠 먹고 공동으로 생활했던 사람들. 언니, 오빠, 형, 동생으로 엮인 공동체 사람들 형제·자매다. 다른 집 아이가 내 형제·자매를 공격하거나 못살게 굴면 합심해 혼내주기도 하고 때론 부모 사랑을 더 받기 위해 경쟁도 하는 존재들. 물보다 진한 피를 나눈 사람들이기에,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늘 짠한 사람들이 형제 자매다.

외할머니는 8남매를 두셨는데 아들 둘은 어려서 잃고 엄마가 6살 때 아기를 낳다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 후 2년 뒤 외할아버지마저 돌아가셨으니 졸지에 고아가 된 남매들의 애환이야말로 어찌 다 풀 수 있었으랴. 농사꾼이 되신 엄마가 늘 바쁘시기에 외삼촌과 이모들은 종종 우리 집에 오셔서 일을 거들어주시곤 하셨다. 형제·자매의 존재란 든든한 울타리 같다.

요즘이야 자녀를 한둘 정도밖에 낳지 않아서 외동이 많으니 형제간의 우애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남매의 경우엔 아들 딸 각기 하나씩이니 또 다른 형태의 외둥이다. 그러니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과 나누며 사는 것도 모르고 양보하고 져 주는 것도 모른다.

그래서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 육아 품앗이 등을 하며 여러 아이가 함께 자라게 하는 공동체 육아도 많이 생겨났다. 집에서는 응석받이지만 사회에서 더불어 살 줄 아는 시민이 되어야 함을 아는 부모들은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아이에게 공동체 생활을 익히게 한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므로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요즘은 개인주의가 팽배하다 보니 사회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고립되어 사는 사람을 종종 보게 된다. `나는 자연인이다'처럼 산속에서 혼자 살 것이 아니라면 양보와 타협의 지혜를 익혀 더불어 살 수 있는 능력을 미리 키우는 것도 중요한 공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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