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마땅한 불체포특권
폐지 마땅한 불체포특권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8.05.27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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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강원랜드는 직원 평균 연봉이 7000만원대로 공기업 중 최고 수준이다. 강원랜드 부근에는 이른바 `카지노 노숙자'로 불리는 사람들이 대거 진을 치고 있다. 많을 때는 2000명에 달했다고도 한다. 찜질방이나 쪽방, 여관방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아 일반 노숙자들과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빈털터리에 집이 없다는 점에서 처지는 크게 다를 게 없다. 강원랜드에서 전 재산을 탕진하고 사채까지 끌어다 날린 후 빚더미에 올라앉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강원랜드 직원들이 누리는 고임금의 출처가 어디인지 분명해지는 대목이다.

카지노 체류자들은 한탕주의에 빠져 일확천금을 꿈꾼 불건전한 사람들이다. 그렇더라도 희박한 확률을 제시해 그들의 주머니를 털어내는 구조와 거기서 얻은 소득을 떳떳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가장이나 다른 가족의 일탈 때문에 혹독한 삶의 낭떠러지로 몰렸을지도 모를 어느 가족의 불행에서 얻어진 수익이 고임금 잔치에 동원되는 것은 정의와도 대치된다. 강원랜드가 이 불합리에 대해 한마디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다면, 철저하게 공공의 가치에 부합하는 경영을 했어야 한다. 그러나 강원랜드는 권력의 하수인으로 종사함으로써 최소한의 사회적 의무조차 방기했다.

강원랜드 자체 감사에서 2012년부터 2년간 뽑은 직원 518명 중 493명이 내외부 청탁을 받아 특혜 채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신규 직원 95%가 누군가를 백으로 삼아 뒷문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 전대미문의 사건을 중심에서 조장한 대표적 인물이 국회의원이었다. 자유한국당 권성동·염동열 의원이 그들이다. 검찰은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한 사람은 국회에서 면죄부를 받았고, 다른 한 사람도 같은 배려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21일 국회는 신병 확보를 위해 법무부가 보낸 염동열 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했다. 본회의에 참석한 275명 중 172명이 반대해 과반인 가결 정족수를 무산시켰다. 한국당(113명)의 제 식구 구하기에 다른 정당 의원 59명이 가세한 것이다.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사학재단을 통해 불법자금 19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아 영장이 청구된 한국당 홍문종 의원 체포동의안도 이날 덩달아 부결됐다.

권력자가 연루된 채용비리는 최악의 실업난으로 신음하는 청년의 등에 비수를 꽃은 행위로 비판받으며 시급히 청산해야 할 대표적 적폐로 떠올랐다. 그중에 일벌백계로 다스려 본보기가 돼야 할 사례로 꼽힌 것이 강원랜드 비리였다. 워낙 공분이 컸던 사건이라 국민들은 이번만큼은 국회의원들도 여론을 등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지만 `역시나'로 끝났다. 유권자에 대한 의무는 그들끼리의 담합 앞에서 헌신짝이 돼버렸다. 적폐 청산을 줄기차게 외쳐온 여당 의원들이 이 몰염치한 작당에 가담한 것은 기가 찰 일이다. 염 의원은 표결에 앞선 발언에서 채용압력 혐의를 민원처리였다고 강변했다. 다수 의원이 염 의원의 궤변에 공감한 것은 나도 했거나 앞으로 해야 할 지도 모를 짓이라는 `동병상련'차원의 정리가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국회는 법을 만들고 엄정한 집행을 감시하는 기구다. 검찰이 수사 결과를 검토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행위는 존중돼야 할 사법적 절차이다. 국회가 이를 불체포특권으로 유린해 법질서를 뒤흔든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더욱이 두 의원은 국민적 분노를 야기한 위중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들이 외부의 부당한 견제에 굽히지 말고 소신껏 일하라고 국민이 만들어준 초법적 장치이다. 취지는 오간 데 없고 죄지은 의원들 방패막이로 악용되는 특권은 회수돼야 마땅하다. 의정활동은 뒷전으로 미뤄놓고 정쟁으로 날을 세우는 우리 국회에 불체포특권은 `개발에 편자'일 뿐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국회는 조만간 권성동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 엄중한 처리를 통해 국민에게 사죄한 후 특권을 스스로 내려놓는 양심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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