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꽃다발
말꽃다발
  • 이영숙 시인
  • 승인 2018.05.2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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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이영숙 시인
이영숙 시인

 

따뜻한 말밥이 그리운 시대이다. 물리적으로 배부른 시대와는 달리 정서적으로는 매우 궁핍한 시대를 살고 있다.

얼마 전 독서논술 강의를 나가는 모 초등학교에 상담교사 한 분이 새로 부임해 왔다. 저학년 수업을 마치고 고학년 수업을 위해 잠시 칠판 정리를 하고 있는데 교실 문을 두드리더니 올해 새로 온 사람이라며 따뜻한 인사를 전한다. 상담실은 강의실 바로 옆에 있어 이따금 수업 전 티타임을 하며 상담 지식과 정보로 아동 지도 경험을 교환한다.

어린 학생들 대상으로 독서논술, 글짓기 관련 교육에 종사하다 보니 국문학과 교육학 전공 외에도 심리상담사 과정이 불가피하여 오래전 2급 과정을 취득했다. 그 덕분에 아이들의 반사회적인 행동, 비언어적인 행위까지도 그 행간 읽기가 가능하여 다소 지도가 수월하다. 독서 토론과 글쓰기 과정을 통하여 아이들의 심리상태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도서를 선정하여 아이들의 마음을 정화하고 심성을 바르게 하는 일도 넓게는 상담의 한 범주이다.

상담교사 이영혜 선생님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된다. 그 날도 다른 날보다 일찍 도착하여 상담실 문을 두드렸다. 때마침 상담을 마친 아이는 블록 쌓기 중이다. 준비해 간 간식을 나누며 아이와 함께 감정표현 놀이를 했다. 그 후로도 상담실에 가면 그 아이를 종종 볼 수 있었고 그때마다 아이의 표정이 봄날처럼 바뀌는 것을 발견했다. 며칠이 지나 상담실 출입이 잦던 아이의 어머니로부터 아이가 독서논술 수업을 듣고 싶어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지금, 그 아이는 하브루타 독서토의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또래들 작품 합평회 시간엔 적당히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며 발전적인 분위기를 도모하는 쪽이다.

아이가 그렇게 변화하기까지는 상담실 역할이 크다. 창의적인 아이의 특별한 행동이 보편이라는 틀에 매 맞아 문제 아동으로 낙인찍힐 무렵, 따뜻한 선생님을 만나 다행이다. 내가 만난 이영혜 선생님은 인품과 사랑을 겸비한 교사 중의 진품 교사이다. 늘 언제나 학생들의 입장에서 상황을 분석하며 “아하, 그렇구나!'를 달고 사는 전형적인 상담교사이다. 울고 들어온 학생, 분을 삭이지 못해 폭력적인 말을 쏟아내는 학생들도 십여 분 후면 평정심을 찾고 온순한 아이가 된다. 담임교사 선에서 해결하지 못한 일들을 척척 해내는 그 선생님의 장점은 늘 함빡 미소로 반갑게 맞아주기, 엄마처럼 꼭 안아주기, 끄덕끄덕 긴 이야기 들어주기이다. 감정놀이와 미술 치료 등으로 마음 표현하기 과정도 곁들인다.

일반적인 상담실 풍경인데도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들의 표정이 들어갈 때와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 말꽃다발을 한 아름 받고 활짝 열린 미소와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성큼성큼 나오는 아이들을 보며 교육에 대한 정의를 되새긴다. 아이의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그 높이만큼의 무릎 조절이 필요한 시대이다.

지난번 스승의 날에 “여러분은 제 인생의 가장 큰 스승입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여러분처럼 살겠습니다.” 하고 두 손을 모으고 인사를 올렸다. 그러자 아이들은 더 큰 소리로 “선생님, 사랑해요!”를 외쳤고 나는 하청호 아동 문학가의 동시 「말꽃다발」로 따뜻한 말밥을 지어 올렸다.

좋은 말은 꽃이다/예쁜 말꽃이다// 힘들었지/사랑해!//꽃보다 예쁜//말꽃다발. 하청호의 <말꽃다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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