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본 6·13 지방선거
미리 본 6·13 지방선거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18.05.24 1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말논단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6·13지방선거가 20일이 채 남지 않았다. 선거 열풍으로 지역이 후끈 달아오를 만 한데도 아직은 정중동이다. 유권자를 실은 선거열차가 종착역을 향해 줄달음치고 있는데, 머잖아 종착역에 당도하는데 입후보자들만 명함을 들고 객실을 들락거릴 뿐 승객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잠을 자거나 차창 밖을 바라보는 형국이다.

물론 이달 31일부터 투표 전날인 6월 12일까지 전개되는 법정 선거운동기간을 거치면 가라앉은 분위기가 조금은 뜨겠지만.

아무튼, 현재까지 나타난 현상과 추세를 종합해 보면 이번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다음과 같은 사족이 달리는 명예롭지 못한 선거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 복잡한 선거, 깜깜이 선거, 재미없는 선거, 공천 잡음이 많았던 선거, 하나마나한 선거가 바로 그것이다.

첫째, 복잡한 선거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선택을 강요받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광역자치단체장(특별·광역시장·도지사)과 기초자치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과 시·도교육감을 뽑아야 하고,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을 뽑고 광역의원비례대표와 기초의원비례대표도 뽑아야 한다. 여기다가 제천·단양지역처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하는 곳에는 국회의원까지 뽑아야 하니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둘째, 깜깜이 선거는 뽑아야 할 직위도 많고 직위마다 경합하는 후보자들이 너무 많아 현실적으로 이들의 정체성이나 인물됨을 일일이 파악할 수 있는 여력이 유권자들에게 없기 때문이다. 도지사와 시장·군수는 그런대로 관심이 있어 호불호를 가려 뽑는다 해도 관심 밖에 있는 교육감과 광역의회의원·기초의회의원과 양 기관의 비례대표 의원 후보자들까지 그 많은 입후보자의 면면을 일일이 살펴볼 겨를이 없으니 깜깜할 수밖에.

셋째, 재미없는 선거는 유권자들을 사로잡는 큰 이슈가 없고 용쟁호투를 벌일만한 초박빙 경쟁자들이 별무하기 때문이다. 지난 제6회 지방선거 때 도지사직을 놓고 윤진식과 이시종이, 통합청주시장직을 놓고 한범덕과 이승훈이 벌였던 거와 같은 초박빙 선거전을 벌일 경쟁후보가 많지 않고 선거판을 흔들만한 대형 이슈가 없으니 밋밋한 선거가 될 수밖에.

넷째, 공천 잡음이 많았던 선거는 각 당이 후보를 공천함에 있어 상식과 정도를 벗어난 공천을 무리하게 했기 때문이다. 미투에 연루된 사람을 공천했는가 하면 문제가 있어 공천 취소했던 자를 재공천하기도 했고, 물의를 일으켜 제명시켰던 자를 복당시켜 공천하는 등의 무원칙이 난무해서다.

다섯째, 하나마나 한 선거는 당락이 쉽게 점쳐지는 선거구도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을 입고 있는 집권여당의 후보 쏠림현상과 여타 정당들의 후보 기근현상이 이를 웅변한다. 또한 대부분 현직 프리엄을 안고 뛰는 후보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어서다.

이런 다섯 가지 특징을 가진 선거는 빛보다 그늘이 많기 마련이다. 우선 투표율이 낮을 건 불을 보듯 뻔하고, 기초의원의 경우 다 번까지 후보를 공천한 정당이 있듯이 후보난립으로 10%대 득표를 받고도 당선되는 그리하여 대표성을 의심받는 당선자가 나올 개연성이 크다. 거기다가 묻지마식 줄 투표와 투표 당일 기분 내키는 대로 찍는 막가파식 투표를 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

물론 시간도 많이 들고 사회적 비용도 많이 들어 어쩔 수 없이 동시에 여러 직위의 지방일꾼을 뽑기는 하지만 먹고살기 빠듯한 유권자들이 옥석을 가리기 힘든 구조 인만큼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충북만 그런 게 아니라 전국이 대동소이하니 지방자치제도와 지방선거제도를 전면 재검토하든 대 수술하든 양자택일할 때가 왔다.

어쨌거나 지방이 발전해야 나라도 발전하고 주민들의 삶도 좋아질 것이니 훌륭한 일꾼을 뽑아야 할 것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하는 후보든 경륜이 출중한 후보든. 최선이 없으면 차선이라도 뽑아서 잘 부려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