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의 돌 다섯 개와 무릿매
다윗의 돌 다섯 개와 무릿매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8.05.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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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최근 청주경실련에서 의미있는 강연을 들었다. `지방도시 살생부'라는 책으로 유명한 마강래 중앙대 교수가 가족을 이끌고 청주를 방문한 것이었다.

2시간이 넘는 마 교수의 열띤 강의가 청중들의 기를 빨아들였다고 할까. 30여명의 청중들은 한 명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마 교수의 주장대로 충북지역의 상당수 군단위 지역은 인구 격감에 따른 소멸의 위기에 직면해 있고,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소멸할 가능성이 크다. 인구가 지역발전의 A부터 Z까지를 장악할 정도로 중요한데, 그 숫자가 줄기 때문이다.

마 교수는 이런 현상에 놓여 있는데도 소멸 위기의 각 지자체가 터무니없는 산업단지 조성과 축제 개최, 성장일변도의 경제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쇠퇴도시일수록 `대한민국 제일', `글로벌 도시'를 추구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마 교수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각 시군의 뻥튀기식 지역발전 전략은 분명히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청주만 하더라도 2030도시계획상 계획인구가 터무니없게 많이 책정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2030 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청주시 인구는 이미 2015년에 88만명이 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83만5590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청주시 인구는 2년여 간 3630명이나 빠져나갔다.

무엇보다 `압축도시'를 지향하는 그는 청주처럼 원도심은 공동화되고 외곽에 신도심이 조성되면서 양축간 제로섬 게임이 벌어지는 현상을 걱정했다.

압축도시는 `작고 소박하지만 지속가능한 압축도시'는 구도심 중심으로 중요한 기능들을 모으고, 바깥쪽 쓸모없게 된 건물들은 자연으로 돌아가게끔 하는 구상이다.

특히 중소도시에 맞는 일자리 육성정책을 위해 지역형 체인점을 육성해야 한다는 마 교수의 지적은 큰 공감을 얻었다.

그렇지만 현실로 돌아와 보니 과연 며칠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서 이런 문제 제기가 화두가 될까 의구심이 커졌다.

우선 각 시군의 자치단체장 후보들이 확정되면서 공약들을 밀물처럼 쏟아내겠지만, 여전히 `최고', `최대', `최다', `제일'을 공약의 맨 앞에 넣을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쇠퇴하는 곳은 쇠퇴한다고 인정하고, 그 바탕에서 대안을 내는 것이 최선이다. 청주시가 서울처럼 될 수 없고, 지역의 군이 청주시처럼 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아직 공식 선거전이 시작되지 않았으니 기대를 접지는 않겠다. 각 지역에 맞는 생존전략, 100년이 지나도 건강하게 살아남는 자치단체를 만들 공약 말이다.

마 교수는 중소도시 비장의 무기로 다윗의 돌팔매질을 들었다. “체인점으로 점령된 대도시 번화가를 흉내 내는 것은 도시의 수명을 단축하는 자살행위와 같다”면서 “다윗도시가 골리앗도시를 베끼는 과정에서 이미 비교우위를 상실했기 때문이다”라면서.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었던 무기인 `매끄러운 돌 다섯 개와 무릿매(작은 돌을 끈에 맨 후 끈의 양 끝을 잡고 휘두르다가 한쪽 끝을 놓아 돌을 멀리 던지는 팔매)'가 과연 도내 시군에서는 무엇으로 재탄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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