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자생식물원을 찾아서
DMZ 자생식물원을 찾아서
  • 우래제 전 중등교사
  • 승인 2018.05.2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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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우래제 전 중등교사
우래제 전 중등교사

 

꽃을 찾기 시작할 때 보통 식물원부터 찾는다. 한 곳에서 다양한 종을 볼 수 있어 좋고 어렵게 다리품을 팔지 않아도 되니 일거양득이다. 어느 순간 식물원보다 자생지를 찾다 보니 식물원이나 수목원은 별로 내키지 않는다. 이미 국내 웬만한 식물원을 섭렵한 탓도 있지만 자생지에서 보아야 제 맛이 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DMZ 자생식물원이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해서 먼 길을 떠난다. 오래전 영국의 킹스칼리지대학에 연수차 다녀온 일이 있다. 당시 노교수의 안내로 큐 가든을 방문했는데 규모에 놀라고 다양한 식물에 놀랐지만 250년 전에 이런 시설을 만들 생각을 했다는 선구자적 발상이 샘이 났었다. 게다가 브라질에서 도둑질하듯 가져온 고무나무를 식민지에 심어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을 만들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자랑질(?)까지 듣고 여러 생각이 들었었다. 우리나라도 번듯한 식물원, 수목원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최근에 여러 곳에 이런 시설이 생겨나 다행이다. 늦게나마 생물자원의 중요성을 알고 우리 것을 찾고 지키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길 바랄 뿐이다.

DMZ는 휴전선 남쪽과 북쪽 2㎞로 우리나라의 허리를 갈라놓아 남과 북을 나눠놓은 우리 민족 비극의 상징인 선이다. 하루빨리 없어져 남북이 자유롭게 드나들어야 할 길이지만 아주 오랫동안 사람의 접근이 금지됐던 터라 동·식물의 낙원이 되었다. 멸종위기 생물 100여 종을 포함하여 6000여 종의 동·식물의 낙원으로 변한 것이다. 지금은 생물자원이 무기가 되는 시대이다. DMZ의 생태적 자원가치가 6조에서 최대 22조로 추정된다고 하니 아이러니하게도 남북 분단의 비극이 남겨준 최대의 혜택이었던 것이다. 이마저 훼손시킨다면 우리 후손에게 큰 죄를 짓는 일일 터. 최대한 보존하면서 좋은 활용방안을 찾는 것이 이 시대 우리가 할 일이 아닐까?

DMZ 자생식물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황량하기 그지없다. 그나마 몇 종의 희귀식물이 꽃을 피우고 있지만 서 있기도 힘들만큼 바람의 시샘이 엄청나다. 눈이라도 호강하면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들 즈음. 멀리 남쪽에서 올라온 박사 일행 덕분에 일반인들에게 공개하지 않는 고산식물원을 방문할 수 있었다. 섬진 달래, 솔붓꽃, 참골담초, 진퍼리나무, 백두산구름떡쑥 등 처음 만나는 꽃들이 자꾸 더 머무르라고 유혹하지만 다음 일정에 발길을 돌린다.

사람도 날려 버릴듯한 바람을 뚫고 군부대를 지나 도솔산으로 올랐다. 도솔산전적비에서 내려 보이는 평화로운 땅. 일명 펀치볼. 이 땅을 차지하려고 북한 인민군 2300여명, 남한 국군 700여명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바쳤다고 한다. 왜 싸웠을까?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노란제비꽃, 모진 바람 맞서 꽃 피우고 있는 털진달래, 작은 꽃망울 달고 있는 산작약, 하얀 숲개별꽃, 그들은 들었을까? 우리의 젊은이들이 죽어가면서 남긴 마지막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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