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청주시민을 위한 축제
행복한 청주시민을 위한 축제
  • 이수경 충청대 패션디자인과 교수·이미지소통전략가
  • 승인 2018.05.2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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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이수경 충청대 패션디자인과 교수·이미지소통전략가
이수경 충청대 패션디자인과 교수·이미지소통전략가

 

5월이면 대학가를 비롯한 곳곳에서 축제가 열린다. 학생을 위하고 시민을 위하고 조직을, 단체를, 그 누군가를 위한 축제는 그 단어만으로도 설렘과 흥분을 만드는 마법이 아닐까?

과거에는 축제라는 개념이 부각되진 않았지만 곳곳에서 펼쳐진 운동회가 그런 의미의 축제가 아니었을까?

내가 나온 그 당시 `중앙 국민학교'는 제법 너른 운동장이 있었다.

운동회가 열리면 기다란 팔다리를 가진 나는 계주선수가 되었고, 큰딸이 잘 뛰는 것이 보고 싶었던 부모님이 더 긴장하시던 달리기에, 3단 찬합에 도시락을 싸와 목이 터져라 트랙 근처에서 응원하셨다.

열혈엄마 덕분에 늘 1등이었던 어느 날 마음이 급했던지 발이 꼬여 넘어졌다. 일어나보니 다들 저만치 먼 거리, 그럼에도 이를 악물고 뛰어 3등으로 들어왔고, 그때 받은 賞(상)이라고 도장 찍힌 공책을 들고 벌게진 얼굴에 눈물을 훔친 기억,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를 듣기 전부터 터질 것 같았던 심장의 고동과 청군, 백군을 목 터져라 외치며 흔들어 대던 색 색깔의 응원 털이개, 그 모든 것이 아련하지만 아직도 웃음 짓게 만드는 운동회에 대한 나의 기억이다.

그 시절의 운동회는 요새 말하는 지역축제였다.

온 가족 모두가 들뜬 마음으로 옷을 차려입고 참여해서 한마음이 되어 목이 터져라 웃고, 소리치고, 즐기고, 그 속에 단합된 하나의 마음에 열정이 있던 진정한 의미의 축제.

이렇듯 축제는 시민에게 소속감을 갖게 하고, 특별한 목표를 주지시켜 주는 장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축제는 지역이나 국가의 고유문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무형의 문화자본이자 교육자원으로서의 문화적 역량을 지니고, 주민들 간의 소통의 장이자 지역주민의 문화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교류의 기능도 지닌다.

학생들에게 학교축제는 학업이라는 일상성으로부터 잠깐 해방감을 맛볼 수 있게 해주며 이를 통해 학업을 지속할 수 있는 정신적 에너지를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즐겁자고 만드는 이 의미 있는 의식의 장이, 연예인들을 섭외하고 조명과 무대장치, 몇 개의 이벤트를 펼치기 위한 그들의 잔치가 되면서 점점 더 참여의식이 약해지고,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듯하다.

그런 맥락에서라도 우리는 추억 속에 축제를 되살려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제 청주시민을 위한 축제를 기획해 볼까 한다.

청주종합운동장에 돗자리를 펴고 동네 아이, 어른대표로 구성되는 계주를 선발하고 청군 백군, 황군, 적군으로 나눔이 아닌 짝을 짓고 모두가 국민체조에 맞춰, 율동으로 지나친 경쟁에 경직된 몸을 풀고, 청주시민을 위한 노래를 부르고, 집집마다 자신 있게 요리한 먹거리를 나누는 포트락 파티가 열리고, 한쪽에선 가가호호 벼룩시장이 열리고, 동네대항 줄다리기로 시민 모두가 응원의 즐거움에 목이 터져라 소리칠 수 있는, 청주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단결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축제의 장은 어떨까?

대나무 작대기 위에 달린 광주리가 시민 하나하나가 만들어 던진 오재미에 터지고 나면 오색 종이가루와 함께 왠지 `행복한 청주'라고 쓴 긴 광목천이 쏟아져 내릴 듯하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공약에서 내세우는 갖가지 경제달성을 거머쥐는 것 보다, 시민을 더 행복하게, 그 속에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지 않을까?

이제 우리들의 축제를 기획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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