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票)플리즘
표(票)플리즘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8.05.22 20: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장(취재3팀)
김금란 부장(취재3팀)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면 너나 할 것 없이 정치인이 된다.

선거가 정치인만의 잔칫상 같기도 하지만 국민의 잔칫상이기도 하다.

잔칫상에 오르는 음식 종류(공약)에 따라 유권자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6·1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21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역을 걱정하고 교육을 걱정하고 청년의 일자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출마자들은 그런 걱정거리를 선거에 당선만 되면 다 해결해 줄 것처럼 떠든다.

물론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선거에 뛰어든 출마자들은 마치 자기의 손이 닿기만 하면 황금으로 변하는 미다스인 줄 착각한다.

출마자마다 쏟아내는 공약을 보면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표(票)플리즘 일색이다.

수십 년 전 표심을 얻기 위해 유권자들에게 고무신을 선물로 줬다면 요즘은 공짜 정책으로 유권자를 현혹하고 있다. 선거에 뛰어든 모든 출마자들은 표가 있는 곳에 국민 혈세를 쏟아붓는 수많은 정책을 내놓는다. 자기 주머니에서 꺼내는 쌈짓돈도 아니면서 마치 지역민을 위해 선심 쓰듯 말이다.

충북도내 자치단체장과 교육감 후보들이 앞다퉈 내놓은 핵심 공약은 바로 고등학교 무상급식이다. 현재 의무교육인 초·중학교에서만 실시하고 있는 무상급식이 시행되려면 매년 수백억 원의 세금이 지출돼야 한다. 한 술 더 떠 충북지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무상교복을 전면 도입하겠다는 출마자도 있고, 청소년들에게 버스비도 주고, 65세 이상 어르신에겐 이·미용 비용도 세금으로 주겠다고 한다.

2017년 기준 중학교 1학년 입학생 1만4129명과 고등학교 입학생 1만6444명 등 총 3만573명에게 무상으로 교복을 지원하는 데 투입될 세금을 계산해보자. 공동구매 가격이 동복과 하복을 합쳐 평균 15만 원으로 계산하면 45억8500만 원의 세금이 필요하다.

또한 고교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교과서 무상지원을 약속한 교육감 예비후보의 공약을 이행하려면 1인 평균 10만원 가량을 계산해도 16억4400만원이 든다. 심지어 수천억 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청사 이전을 당선되면 이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니 정치인들은 겁이 없는 것인지 무모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존재다.

내가 발표한 공약은 유권자를 위한 선민 정책이지만 경쟁자의 공약은 포퓰리즘이자 표를 겨냥한 표(票)플리즘으로 치부하는 정치인들에게 유권자들의 삶은 안중에 없다.

정치인의 속성에 대해 소련의 정치가였던 흐루시초프는 이렇게 말했다.`정치인은 어디서나 다 같다. 그들은 강이 없는 곳에도 다리를 건설해준다고 약속한다'고.

많은 정치인은 `선 당선 후 고민(먼저 당선되고 나중에 이행할지 생각해본다)'을 위해 공약(空約)을 내세우지만 국민은 정치인의 입에서 나오는 정책이 모두 국민의 이익을 위한 공약(公約)이라고 믿는다.

강이 없는 곳에 다리를 건설해 놓고 국민이 무용지물이라고 비난하고 아우성치면 정치인들은 더 많은 세금을 걷어 강을 만들어주겠다고 또다시 약속할 것이다.

세월이 흘러도 정치판에서 변하지 않는 원판불변의 법칙은 바로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것이다.

받은 만큼 돌려주고 먹은 만큼 뱉어내야 하는 게 세상 이치다.

올바른 정치를 외치면서 바른길보다 쉬운 길, 샛길을 택하려는 정치인들에게 유권자들은 보여줘야 한다.

정치인에 의해 나라가 변하는 게 아니라 유권자들에 의해 새로운 정치가 실현된다는 사실을 투표로 증명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