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문화의 꽃을 피운 곳 - 단양수양개유적(3)
구석기문화의 꽃을 피운 곳 - 단양수양개유적(3)
  •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 승인 2018.05.2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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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30여 종류 7만여 점의 석기,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구석기유물이 출토된 수양개 유적. 이 많은 유물 중 대표적인 석기가 슴베찌르개이다. 이는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서 주요한 식량획득 수단인 짐승사냥을 위한 가장 적극적인 생계형 도구이며, 그 소재가 되는 대형 돌날은 현생 인류의 확산과정을 이해하는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슴베찌르개라는 용어의 사용은 수양개유적에서 비롯되었다. 당시까지 출토예가 없던 독특한 석기가 수양개유적(1지구)에서 출토되었는데, 이를 1984년 이융조 교수(충북대)가 “슴베찌르개”로 분류한 것이 최초이다. 또한 슴베찌르개에 대한 연구도 수양개유적에서 처음 시작됐다.

슴베는 칼, 괭이, 호미, 낫 등 자루 속에 끼우는 뾰족하고 긴 부분을 일컫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찌르개는 짐승을 찔러서 죽이거나 가죽에 구멍을 뚫거나 하는 도구이다. 따라서 슴베찌르개는 석기를 자루에 장착시키기 위한 부분인 슴베와 찌르개 기능을 하는 뾰족한 끝 부분이 있는 석기로 형태와 기능의 의미가 결합된 용어이다. 이 석기는 슴베석기, 슴베연모, 슴베형석기, 박편첨두기(剝片尖頭器), 유경(有莖)첨두기,Tanged-point 등으로도 불리나 슴베찌르개라는 명칭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모두 슴베가 만들어져 있는 형태적 공통성을 지닌다.

이 석기의 소재는 대부분 돌날이다. 돌날은 길이가 너비의 2배 이상으로 길죽하며 좌우 날이 서로 평행하여 대칭을 이루는 석기이다. 돌날 생산은 계획적인 떼기 방법, 질 좋은 돌감의 선택, 돌감의 효율성 극대화 등 매우 발달된 제작기술과 인류의 인지능력이 향상되었음을 의미한다. 아프리카에서는 중기 구석기시대에 나타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후기 구석기시대에 등장한다. 수양개유적에서 10cm 이상의 대형 돌날이 다량 제작되었다. 4만년 전의 연대값을 갖는 수양개유적(6지구)은 대형 돌날 석기군이 특징이며, 이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현생인류의 출현과정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고고학자료로 세계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기원하는 현생인류의 확산 과정 및 그 루트에 관한 연구는 최근 구석기시대 고고학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연구과제 가운데 하나이다. 현생인류의 아시아 확산은 유전인류학 및 고고학적 증거에 의해 2가지 루트로 추정하고 있다. 하나는 서아시아를 경유하여 동남아시아로 진출한 후 중국 남부에 도달한 루트이고, 다른 하나는 중앙아시아에서 남러시아를 경유하여 중국 북부에 도달한 루트이다. 동아시아에서는 아직 확실히 밝혀진 바가 없었다. 그런데 수양개유적(6지구)에서 대형 돌날 석기군이 확인됨으로써 기존의 2가지 루트 외에 현생인류가 동아시아까지 도달하였다고 하는 새로운 학설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중심에 수양개유적이 있다.

한편 이러한 돌날에 제작된 슴베찌르개는 전국 32개 유적에서 300여점이 출토되었는데, 그중 수양개유적에서 절반가량인 141점이 출토되었다. 이 석기는 후기 구석기시대를 대표하는 수렵도구로서 우리나라가 발상지이며 동해를 따라 시계방향으로는 시베리아로, 시계반대방향으로는 일본 규슈로 건너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슴베찌르개가 나온 유적 중 가장 이른 것이 수양개에서 생산되었으므로 수양개유적이 슴베찌르개의 기원지라 할 수 있다. 구석기시대 문화한류의 중심에 수양개가 있었다.

수양개유적에서 처음 집중적으로 출토된 슴베찌르개는 현생 인류문화인 후기 구석기시대 전반에 걸쳐 수렵도구의 중심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동성이 풍부한 구석기시대의 수렵채집사회에서 도구의 무게를 줄여 이동에 유리함과 함께 기능성을 향상시키는데 복합도구로서 슴베찌르개의 제작은 효율적 도구제작의 출발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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