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가로수
  • 임도순 수필가
  • 승인 2018.05.2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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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임도순 수필가
임도순 수필가

 

가로수가 있어 시원하다. 사통팔달로 뻗어 있는 길에서 눈을 호강시키며 저마다 폼으로 자랑하고 있다. 오가는 손님들을 공손하게 안내하며 자연의 기를 넣어주고, 운전대를 잡으며 나타나는 예민함을 흡수하며 여유로운 운행으로 인도한다.

오래된 나무일수록 깊은맛을 풍기며 눈의 피로를 잊게 한다. 버즘나무가 터널을 만들어 유명해진 청주의 가로수 길은 언제 보아도 좋다. 두 팔 벌린 나무가 지나다니는 모두를 환영하며 훈훈함을 선사한다. 벚꽃이 만개할 때면 청주 무심천변의 벚나무는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며 휴식처가 되고, 제천 청풍면 소재지를 찾아가는 길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된다. 수안보 면 소재지를 지나는 길도 볼거리로 한몫한다. 청주시에 우회도로를 따라 심겨진 이팝나무도 꽃이 만개할 때면 별천지를 연출한다.

6·70년대 가로수는 굵은 미루나무로 연상된다. 자동차가 통행하는 신작로가 생기면서 양옆으로 일정한 간격으로 심겨졌다. 서양버드나무로 일컫는 미루나무만이 있을 뿐 다른 종류의 나무는 없었다. 도로와 농경지를 구분하는 경계를 가로수가 대신하였고 눈이 많이 쌓였을 때에도 안내자 역할을 하였다. 당시에는 몇 대 안 되는 차량이 오가는 길이었다. 도로의 사정이 좋지 않아 빠르게 달리지는 못하여도 먼지가 짙은 안개처럼 피어나 걷는 사람을 괴롭혔다. 가로수에도 흙먼지로 씌워져 힘들었겠지만, 중금속으로 오염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도로를 따라 심겨지는 나무의 종류가 다양해 졌다. 벚나무가 가장 많이 보이고 이팝나무, 은행나무, 버즘나무가 있으며 가끔은 배롱나무도 보인다. 과실나무를 심어 지역을 홍보하는 효과를 거둔다. 충주의 사과나무, 영동에 감나무, 보은에 대추나무, 음성에 꽃 복숭아가 그 역할을 한다. 나무마다 꽃이 피고 열매 맺는 시기가 다르고 개인의 감성에 따라 느낌이 달리 나타나기에 다양할수록 좋다는 생각이다.

가로수라는 이유로 고통이 많이 따른다. 포장된 인도와 도로 사이의 작은 공간에 심겨져 자라는 환경에 제약을 받는다. 나뭇가지가 사업 홍보용 간판을 가려 잘리는 운명에 처하기도 하고, 사람의 기준에 맞추어 보기 좋게 다듬어지는 아픔은 감수해야 한다. 가지를 잃는 아픔과 미세먼지에 따라 호흡이 어려워도 잘 참으며 지내고 있다.

편리에 따라 사방으로 연결된 도로는 자연이 훼손되어야 가능하다. 자연환경은 우리 대에서만 쓰고 버려지는 물건이 아니라 후손에게 전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 자연이 주는 혜택을 깊이 새기며 가로수를 심는 것은 당연하다. 길이 만들어지면 원상복구 되기는 요원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개통되는 도로에는 가로수가 보이지 않는다. 안전을 위하여 설치한 가드레일이 경계를 이루고 있어 딱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나무가 하는 역할은 많다. 공기를 맑게 해주고 이산화탄소를 줄여주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큰 자원인 만큼 중요하다. 정서적 도움을 주어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있다. 도로 옆의 공간에 나무를 심어 더 많은 지역의 가로 숲이 명소로 불리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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