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갈등으로 선거 무관심 키운 여야
공천갈등으로 선거 무관심 키운 여야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8.05.20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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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민주주의 `꽃'인 지방선거 공천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공천 결과에 불복해 51일간 단식을 하던 예비후보가 병원으로 후송됐는가 하면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당의 공천갈등은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인식을 갖게 만든 정부와 여당의 높은 지지율 탓이 크다. 남북정상회담이란 남북관계 훈풍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70% 중반에 이르고 민주당의 지지율도 50% 중반까지 올라섰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4·27 남북정상회담 직전 20%가 넘었던 지지율이 17%대까지 내려앉았다.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끈 한반도 평화 무드가 북미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최고점에 달할 경우 민주당의 압승은 분명해 보인다. 지역에서도 정책이나 인물보다 정당 바람이 불면서 여당후보다 대부분 앞서고 있다.

어느 때보다 당선 가능성이 높다 보니 여당에는 후보가 몰린 것이 공천이 오락가락하도록 부추기는 꼴이 됐다. 보은군수 후보 공천이 대표적이다.

김인수 충북도의원에게 공천을 줬다가 하루 만에 이를 번복했고, 재심을 요구하자 다시 공천장을 주는 일이 벌어졌다. 선관위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도 예사롭지 않게 넘겼다.

한 시의원 후보는 애초 공천을 신청한 선거구에서 다른 3명의 후보에게 밀렸지만 다른 선거구에서 나번 공천을 받기도 했다.

한국당은 인물난을 겪으면서 지난해 제명한 도의원을 불러들여 공천을 줬는가 하면 단수 후보자가 공천을 미룬다고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가 공천을 주자 번복하기도 했다.

바른미래당은 청주시장 후보를 공천했다가 경쟁에서 낙마한 후보가 재심을 신청하자 공천 하루 만에 경선으로 번복하는 오락가락 공천으로 초등학교 반장선거보다 못한 공천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어느 선거 때나 공천 갈등은 있기 마련이지만 이번 선거처럼 정책이 실종된 채 과열 경쟁을 노출한 선거도 찾아보기 드물다.

여당은 대통령과 정당의 높은 지지율에 취해 오만하리 만치 안이한 자세로 선거에 임하고 있고, 야당 역시 인물난이란 이유로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공당의 공천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인물보다는 계파갈등이 공천을 좌지우지했고 후보 사전검증도 허술했다.

여당인 민주당의 지지율이 높은 것은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높은 평가 덕분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야당 역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까지 폄훼하면서 여론에 동떨어진 정치공세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유권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해서도 안 된다.

여당 후보와 논쟁에만 치우쳐 자신의 정책을 올바로 전달하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중앙 이슈에 매몰돼 지역 이슈가 사라졌지만 정책 개발을 소홀히 해서는 필패(必敗)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후보들이 이슈 부각에만 매달려 공약다운 공약을 내놓지 못하면 이번 지방선거는 가장 투표율이 낮은 선거가 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유권자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개발하고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답게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지역 공약을 제시하는 데 전력을 다해주길 바란다.

높은 지지율에 취해 오만해졌다는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 후보 모두 정책선거에 앞장서야 한다. 공천이 당선이라는 인식을 갖고 승리에 도취하는 자만심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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