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교정
오월의 교정
  • 김순남 수필가
  • 승인 2018.05.17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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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순남 수필가
김순남 수필가

 

학교 정문을 들어서면 꽃향기가 가득하다. 교정 곳곳에는 잘 가꿔진 정원수 사이사이 철쭉, 영산홍, 조팝꽃 등이 눈길을 붙잡는다. 봄을 기다렸을 나무들이 가지마다 연초록 이파리들을 달고 서로 다른 나무들과 구순하게 신록의 향연을 준비하고 있는듯하다.

학생들의 표정도 꽃들만큼이나 화사해 보인다. 중간시험이 끝난 뒤라 마음이 홀가분하여 그런지 얼굴들이 밝아 보인다. 재학생들이야 경험이 있으니 스스로 자신의 학사일정을 정하고 아르바이트도 찾아서 하며 어느 정도 학교생활이 안정되어 있다. 반면, 신입생들은 그동안 중. 고등학교에서 입시공부에 열중하고 부모님의 도움을 받다가 갑자기 대학생활을 하게 되니 더러는 우왕좌왕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대학 새내기들의 삼월은 언 땅을 뚫고 올라온 여린 순들 같다. 꽃샘추위에도 얼어버릴까 염려되는 애순 같아 선배들이나 동기들의 따뜻한 온기가 필요하다. 많은 학생이 집을 떠나 생활관에서 생활한다.

자율과 책임이 공존하는 대학생활에서 중. 고등학생일 때와는 달리 스스로 일어나 밥을 먹고, 수업을 받으러 강의실로 가야 하며 관심 있는 동아리 활동 등을 하며 대학생활에 발을 뗀다. 서먹하고 어설픈 삼월을 보내고 나면 중간시험이라는 산하나를 만나게 된다. 학생들의 본분이 공부이다 보니 대학생활에서 처음 맞는 시험이라 신입생들은 더 힘들어한다.

밤을 지새워 도서관을 오가고 잠을 설치며 시험이라는 터널을 지나왔다. 오월의 들판에 선 학생들은 그야말로 활기차다. 구름 발치에 까치산과 용두산이 호위하고 있는 교정에는 그야말로 푸른 오월이 출렁인다.

대학생활의 꽃이라는 체전을 준비하느라 교정이 들썩인다. 학과에서 선수로 뽑힌 학생들은 주말에도 운동장엔 말할 것도 없고, 생활관 뒤편 잔디밭이나 교내 곳곳 공터마다 연습하느라 땀을 흘리고 있다.

밤에도 운동장에는 열기가 뜨겁다. 운동장 가운데에는 축구팀이 공을 쫓아 뛰고, 가장자리에는 피구, 발야구, 줄넘기 등 학과별로 모여서 열심히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선후배가 한마음이 되어 학과의 이름을 걸고 기량을 겨루니 서로 잘해 보려는 마음에 연습이지만 아주 치열하다. 결속력을 다지고 선배와 후배가 가까워지는데 운동만 한 것이 또 있을까. 이미 엠티나 이런저런 과행사로 대학생활에 적응을 잘하는 학생들도 많지만 가끔은 외톨이처럼 지내는 학생들도 있었다. 체전준비를 하다 보면 학과별로 똘똘 뭉칠 수밖에 없다. 선배와 후배 너와 나를 떠나 우리라는 울타리로 묶어주는 장이 된다. 선수들이나 응원을 나선 학생들의 몸놀림이 비 온 뒤 맑은 하늘 아래 낭창낭창하다.

교정 곳곳에 도열해 있는 나무들도 학생들의 활기에 덩달아 일렁이며 춤사위를 보여준다. 대부분 연두색 나뭇잎들 사이에 새싹부터 붉은색을 나타내는 단풍나무들도 제각기 다른 듯 보이나 자세히 보면 모두가 하나인 듯하고 어깨동무를 한 것처럼 다정해 보인다. 캠퍼스의 낭만이 사라졌다 하고, 졸업 후 취업이라는 문턱을 넘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오월의 교정에는 희망이 가득해 보인다.

교정을 호위하는 갈맷빛 나무들이 한 뼘씩 자라듯 운동장에서 젊음을 만끽하는 학생들도 웅숭깊은 듬직한 한그루의 나무들이 되어 큰 숲을 이루어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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