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도 흥행도 빼앗은 공천
희망도 흥행도 빼앗은 공천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8.05.16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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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당의 공천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사실상 가장 치열하면서 말 많은 비례대표 경선이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 공천은 여야를 막론하고 대부분 정당들이 심각한 내홍을 겪으면서 주민들에게 실망감을 잔뜩 안겼다.

각 당의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공천심사위원회를 거쳐 최대한 공정하고 형평성 있게 공천을 했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이런 식으로 해서야 지방자치가 얼마나 발전할 것인가라는 회의감마저 안길 정도로 문제가 많았다.

하도 여러 가지 잡음이 많이 터져 나와 어디서부터 문제를 제기해야할지 모를 지경이다. 당리당략과 후보들 간 공천장 확보 경쟁이 뭉쳐지면서 크고 작은 선거구에서 파열음이 잇따라 발생하고 말았다.

먼저, 사공이 많아진 더불어민주당은 촛불정신을 이어받은 정당일까 싶을 정도로 공천 잡음이 컸다.

단적으로 시의회 3인 선거구에서 3명을 공천하는 배짱을 부리더니, 가번과 나번을 공천하고 나서 1주일이나 지난 다음에 다번을 공천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질렀다.

여당이라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라기보다는 차기 국회의원 선거를 대비한 사전포석인듯한 오만함으로 비치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후보들 간 네거티브도 심심찮게 드러나 본격적인 선거에 들어서기도 전에 당원들끼리 갈라설 지경에 이른 곳도 있다. 실명이 들어 있는 재심신청서가 SNS에 돌아다니는 등 집권여당 후보들의 품격이라고 믿기 어려울 일도 벌어졌다.

자유한국당은 각종 비위혐의로 재판에서 유죄를 받은 사람들까지 버젓이 공천을 하고, 지난해 수해 때 외유를 갔다가 제명된 도의원들까지 복당 공천장을 쥐여줬다.

`나부터 살고보자'는 식의 공천에서 불과 1년 전 집권여당의 위엄은 찾아볼 수 없고, 공천장을 받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날아다니는 초라함을 내보였다.

바른미래당의 청주시장 후보 선정과정은 `막장 드라마'같았다. 한 후보를 후보로 결정해놓고 다시 번복하는 바람에 후보로 선출됐던 예비후보가 탈당과 출마포기로 저항했다. 다당제 실현과 양대정당의 벽을 뛰어넘겠다는 포부를 의심케 하는 공당의 모습이었다.

그나마 정의당에서 공천잡음이 전해지지 않았고, 녹색당과 우리미래라는 소수당이 지방의회 후보자를 낸 점, 시민단체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하겠지만 시민단체 출신 후보 일부가 비교적 유리한 공천을 받은 점, 대체로 경쟁이 치열한 곳일수록 전략공천 대신 경선위주로 후보를 확정한 경우가 많았던 점은 새로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공천 파동은 주권자의 정치혐오를 부추기고, 정치에서 오히려 소외되는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6·13 지방선거가 거의 한 달이나 남았는데, 피로감이 몰려온다. 본선을 시작하기도 전에 희망도, 흥행도 적지않게 잃은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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