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 웃음이 가득한 집
일상생활 - 웃음이 가득한 집
  • 안승현 청주시문화재단 비엔날레팀장
  • 승인 2018.05.15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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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
안승현 청주시문화재단 비엔날레팀장
안승현 청주시문화재단 비엔날레팀장

 

집안의 공간을 분리하는 문이 없는 터라 잠자는 아이가 바로 보인다. 두 발이 이불 밖으로 나와 꼼지락 꼼지락, 추운가 보다. 두 발을 덮어주고 잠자는 둘째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무릎 밑으로 손을 내려 잡아주던 때가 바로 며칠 전이었을 듯한 시간의 흐름 속에 어엿한 숙녀가 되어 있다. 등허리와 가슴에 안기고 업히려 달려들었던 세 아이가 이젠 안아주기도 버거운 어른이 되어 있다.

잘못을 했다 하면 손을 들어 벌을 세우고, 팔이 아프고 벌을 받은 서러움에 울음을 터트리면 울음이 그칠 때까지 안아주던 아이들이었는데, 이젠 마주하며 쫑알쫑알 이야기하고, 나름의 주관을 앞세워 자신의 입장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막내가 기숙사로 들어가는 날, 짐을 들어다 주던 집사람이 옆자리에 앉더니, 막내아들이 아버지 걱정을 하더란 이야기를 한다. 아버지가 마르고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 하면서, 눈물이 글썽거렸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는 사이 내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매일 늦은 밤까지 공부에 휴일에도 학원으로 발을 옮기면서 본인도 힘들었을 텐데 아버지 걱정을 한다. 초등학교 때까지도 늘 집에 들어오는 아버지에게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버지’하던 녀석, ‘나의 보물 아들’

둘째의 손은 늘 굳은살이 박혀있다. 자그마한 손을 만지면서 늘 미안한 마음이다. 벌써 3년째 같은 아르바이트를 한다. 커다란 통에서 아이스크림을 떠내자니 손목에 무리가 가고, 꽉 움켜진 손바닥에는 늘 단단한 살이 박혀있다. 늘 힘든 아빠한테 손을 벌리지 않겠다며 늘 아르바이트이다. 장염에 걸려서도 엄마생일을 챙기겠다고 선물에 음식까지 준비하는, 둘째라 욕심도 많고 생활력도 강한 ‘아빠사랑아가’이다.

‘아빠랑 같이 일을 하는 게 꿈’인 첫째, 학생회장 일을 맡고, 동아리를 이끌면서 힘들어도 내색 않으며 늘 씩씩한, 늘 아빠가 가장 멋진 사람이라 하며, 달려와 커다란 덩치를 아빠 무릎에 내려놓고 안아주는 ‘내사랑 공주’

어린 나이에 결혼해 폭설에 폭우에도 세 아이를 데리고 늘 부모님을 찾아뵙고 모셨던, 힘든 생활에서도 늘 묵묵히 응원하고, 20여년 시간 동안 화 한번을 안 내고, 조카까지도 거두어 키워준 내 마누라.

언제 시간이 이리 흘렀을까? 처음 신혼집을 꾸미고 아이를 키우던 때가 얼마 되지 않은 듯한데, 벌써 우리란 가족은 키나 덩치가 비슷해져 버리고, 친구가 되어버렸다.

외지생활을 하는 아이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독수리오형제라 하는 가족, 작고 낡은 공간에서의 각박한 삶이었지만, 늘 배려하고 어려움에 서로 의지하면서 극복해 왔다.

가족이지만 서로 역할에 있어 최선을 다하고, 아빠는 늘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선생이기를 바라고, 남에게 해가 되지 않고 웃음이 가득한 집이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가족을 이끈 두 부부.

다섯 가족이 함께 모여, 어릴 적 아이들의 사진첩을 뒤적이며, 웃다 뒤집어지면서도 눈시울을 적신다.

말 한마디에서도 상대가 다칠만한 말은 생각도 안 하고, 입 밖으로 내뱉을 때는 다시 한 번 곱씹어보고, 나보단 상대를 먼저 생각하고, 배려라는 단어가 뼛속까지 배도록 노력하고, 작은 것에 감사하고 만족하고, 좋은 것은 나누고, 무엇보다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많은 것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그런 공간의 집 ‘웃음이 가득한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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