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를 들었다. 뭐가 이리 지저분한지 볼 수가 없다. 개집 주변을 치우며 혼잣말을 한다. 빗자루 끝에 뭔가 걸려 잘 쓸리지 않았다.
“뭐지? 또 뭘 물어다 놨어? 지저분하게…….”
알아듣지도 못하는 강아지에게 지껄인다. 유난히 땅속에 집착하는 것을 보고 궁금해서 보니 먹다 남은 뼈다귀였다. 음식을 땅속에 감추는 게 개들의 습성인 거다. 유난히 똑똑해서 자기가 감추어 놓은 곳은 절대 잊지 않는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다가 갑자기 나의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1989년 「백투더퓨처」 영화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 타임캡슐(time capsule)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친구들과의 우정을 돈독히 위해, 자신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각자 자신의 꿈을 적었다. 누가 보기라도 할까 봐 꼭꼭 접어 비닐에 싸서 고무줄로 꽁꽁 묶었다.
그리고 운동장 한구석 화단 옆에 묻으며 20년 후에 같이 와서 꺼내보자고 약속을 했다. 그렇게 우리의 타임캡슐이 완성되었다. 친구들과의 우정을 확인하며 자신들의 타임캡슐이 잘 있는지를 확인해야만 했다. 그러기를 두세 번 정도로 파 보고 난 후 우리의 미래에 대한 꿈을 그곳에 묻었다.
세월은 빠르게 변했고 시간은 정신없이 달아나 30여 년이 지났다. 그런데 문득 그때의 타임캡슐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 시절 친구들은 다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나의 모교를 찾아갔다. 학교도 그대로이고 운동장도 그대로인데 뭐가 변한 것일까? 타임캡슐을 어디다 묻어두었는지 도통 찾을 수가 없다. 작은 쪽지에 써 놓은 추억을 찾는 것이 바닷가에서 모래알 찾기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 쪽지가 여태까지 있을까? 라며 찾기를 포기하고 그냥 마음속에 묻어두기로 했다.
사실 그 타임캡슐을 찾는다고 해도 한낱 쓰레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시절 우리에게는 보물 제1호였음은 분명하다. 종이에 뭐라고 썼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아마 10대 소녀들의 꿈은 커다란 것이 아닌, 작고 소박했으리라 추측된다. 평범하고 소박하게 살고 싶은 것이 전부라고 느꼈을 학창시절. 그 시절 우리가 꿈꾸던 미래는 지금의 모습과 다르겠지만 꿈꾸던 대로 살고 있지는 않을까? 쪽지에 쓰인 내용이 궁금하기보다는 20~30년 후의 미래를 꿈꾸며 타임캡슐을 준비했을 순수함에 미소 짓게 된다.
학교 어딘가에 있을 나의 타임캡슐은 마음속 깊이 묻어두고 가끔 꺼내봐야겠다. 그리고 오늘도 과거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내일을 살아가리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