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나쁜 공천
참 나쁜 공천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8.05.1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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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 다음달 20일 첫 공판을 앞둔 구본영 천안시장이 매머드급 변호인단을 꾸렸다. 국내 4대 로펌인 법무법인 태평양을 비롯한 화현, 윈앤윈 등 서울의 3개 로펌에다 1심 재판장과 사법시험 동기인 재경 변호사까지 모두 13명이 변론에 나선다. 그야말로 `어벤져스 급' 호화 변호인단이다.

구 시장이 재판에서 다툴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수뢰후부정처사 및 직권남용이다. 지역 법조계는 이처럼 대규모 변호인단이 꾸려진 것에 대해 놀라면서도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여태껏 천안에서 뇌물 수수 및 직권남용을 다투는 공무원의 범죄 사건에 이처럼 `위용'의 변호인단이 법정에 등장한 경우는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구 시장의 혐의가 법정에서 인정될 경우 `시장직'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중하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하긴 구 시장은 이미 영장 실질 심사에서 구속된 적이 있으니 더 말할 나위는 없다.

변호인단이 발표된 직후 세간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당연히 수임료였다. 구 시장은 지난 4월 3일 구속된 지 사흘 후 구속적부심 재판을 통해 석방됐다. 당시 이때 부담했을 변호사 비용이 이미 억대가 넘었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변호인단이 드러나자 업계는 한마디로 `부르는 게 값'이라는 반응이다. 한 변호사는 “이미 영장이 발부됐던 사건이고 현직 시장이 그 `직'을 걸어야 하는 재판인데 변호인단 규모만큼 당연히 수임료 규모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혹세무민. 최근 구본영 시장과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의 발언을 듣고 떠올린 말이다. 12일 나사렛대학교에서 열린 충남 지방선거 필승 결의대회에 참석한 박범계 의원은 구 시장을 향해 “저와 추미애 대표 모두 판사 출신”이라며 “구 시장에게 드리워진 그 그림자(수뢰죄 등 기소)는 그림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튿날 구본영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박완주 충남도당 위원장은 이런 말까지 했다. “구 시장은 판사 출신인 추미애 대표가 공천을 했다. 검찰이 기소했지만 재판에서 무죄로 나올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중앙당이 전략 공천을 했다”.

구 시장을 옹호하는 민주당 정치인들의 발언은 그가 피의자로 수사를 받던 때부터 이어져 왔다. 지방의원들이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무런 근거도 없이 “구 시장을 믿는다”고 외치는가 하면 국회의원까지 대중 앞에서 구 시장의 무죄를 `주창'하기도 했다.

전종한 천안시의회의장이 민주당 충남도당사 앞에서 구 시장의 공천 철회를 요구하며 13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는 추미애 대표에게 “파렴치한 범죄 혐의로 기소된 사람(구본영)을 공천한 것은 민주당의 당헌, 당규에 어긋나며 당의 정체성에도 배치되는 것”이라며 철회를 요청하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다.

그는 어제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공직선거 후보자는 `좋은 상품'이어야 한다. 유권자들은 `갑'의 자격이 있는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당은 구속까지 됐다가 재판 중인, 썩었을지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팔고 있다. 참 무모하고 나쁜 공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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