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지일관
초지일관
  • 민명기 청주시 서원구 건축과 주택팀장
  • 승인 2018.05.13 2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광장
민명기 청주시 서원구 건축과 주택팀장
민명기 청주시 서원구 건축과 주택팀장

 

아침 출근할 때마다 허리 굽혀 정중히 인사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나도 누군가에게 대접받는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에 자존감도 높아진다. 요즈음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신문 지면은 6·13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의 공약들로 가득하다.

며칠 전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한 친구가 아들이 붙여준 별명 이야기를 꺼냈다. 친구 아들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약속을 꼭 지키고,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었음에 감사하며 친구에게 `살아있는 도덕 책'이란 별명을 지어줬단다. 평소 말 한마디에도 신중을 기하는 친구인지라 자신이 한 말에 대해서 책임을 다한다는 것을 친구들도 익히 다 알고 있는 터이다.

친구가 아들에게 신뢰를 얻고 그런 별명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 자신은 얼마나 약속을 잘 지키며 살아왔는지 곰곰 생각해보게 됐다. 아내에게 “오늘은 일찍 돌아올게.”하고 인사하며 출근한 날, 업무상 갑자기 생긴 일로, 미처 뿌리치지 못하는 친구들과의 만남으로 불가피하게 약속을 지키지 못한 날도 적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나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딸아이는 아버지인 나를 얼마나 신뢰하고 있을까? 가족과 타인에게 신뢰받는 삶을 살아가는 친구가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했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나 자신과 약속하는 금연, 금주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작심삼일로 끝내는 나 자신을 탓해본다. 이제 아내와 딸에게 믿음을 주는 남편, 삶의 잣대가 돼줄 수 있는 아버지가 되기 위해 나 자신을 더 채찍질할 것을 다짐도 해 본다.

탁자에 올려 있는 신문을 펼쳐 후보들의 공약들을 살펴본다. 눈에 쏙쏙 들어오는 기대감에 가슴을 부풀게 하는 문구들이 많다.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는 공약들. 지천명을 넘긴 나이에 접어드니, 산다는 것이 내가 마음먹은 대로 다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세상엔 순리가 있다는 것을. 6·13선거 후보들이 내세운 약속들이 이행되고 지켜진다면 청주가 얼마나 살기 좋은 도시가 될까?

이제까지 바라본 후보들은 `내가 최고 적임자'라고 말한다. 앞서 그 자리에 앉았던 사람들을 비판하기 바쁘다. 이러이러해서 저러저러해서, 어떤 이유를 들어 칭찬보다는 잘못했음을 밝히려 애쓴다. 어느 누구 하나 “전임자가 잘 해왔던 것을 받들어 더 발전시켜 보겠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었는지. 실천 가능한 현실성 있는 공약인지를 자세히 훑어보고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 주인 의식이 필요한 시기이다. 일단은 되고 보자는 식으로 내세운, 자신과 시민을 기만하는 공약을 구분하는 통찰력이 필요한 중요한 때이다.

오늘 아침도 거리에 서서 시민을 향해 손짓하는 6·13선거 후보들. 나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지금의 모습을 잃지 않고 초지일관하려는 마음의 자세를 주문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