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맞춤
눈 맞춤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 승인 2018.05.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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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TV를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경험을 한 것은 정말 오래간만이다. 그것도 두 남자가 출연하는 생방송을 보면서 말이다. 두 남자는 마주 보며 환하게 미소를 짓고 반갑게 악수를 하며 다정히 이야기한다. 어깨를 나란히 하며 걷고 여유로운 햇살과 맑은 새소리에 묻혀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

불과 한두 달 전만 해도 상대방에 대한 증오와 비방의 말이 난무하고 불신과 경멸의 몸짓이 오가며 사생결단을 낼 것처럼 겁박을 주고받던 일촉즉발의 한반도 전쟁위기가 사라지고 평화와 신뢰를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드디어 온 것이다.

`신뢰'는 참으로 소중하다. 우리는 서로 믿을 때 생존할 수 있고 행복을 꿈꿀 수 있다. 운전 법규를 지킬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우리는 운전 할 수 없을 것이다. 의사를 신뢰하고 믿지 못한다면 병을 치료할 수 없을 것이다. 은행을 믿지 못한다면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신뢰와 믿음'은 우리 삶의 출발점이자 사회발전의 토대가 된다. 신뢰는 감정이다. 또한, 서로를 믿는다는 생각이고 믿음이며 확신이다. 우리가 서로 신뢰할 때 누군가에게 나를 맡길 수 있고 누군가에게 나를 내어 줄 수 있게 된다. 이 믿음의 크기가 신뢰의 깊이가 되고 공동체의 힘이 되는 것이다.

신뢰를 만들어내는 물질을 `옥시토신'이라고 부른다. 뇌 과학적으로 말하면 신뢰는 옥시토신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면서 생산되는 것이다. 뇌에서 옥시토신이 분비되어야만 신뢰와 믿음, 애착과 사랑이라는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동물 중에 새끼를 가장 잘 돌보는 동물이 들쥐라고 한다. 들쥐는 다른 동물에 비해 뇌에서 더 많은 옥시토신을 분비한다. 그런데 들쥐의 뇌에서 옥시토신을 생산하는 기관을 제거했더니 어미 쥐들이 더 이상 새끼 쥐를 돌보지 않았고 심지어는 새끼 쥐를 물어 죽이기까지 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후 수술을 통해 옥시토신이 다시 만들어지게 되고 새끼를 다시 잘 돌보는 정상적인 어미 쥐가 된다.

사람의 경우 이 옥시토신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시기는 여성의 임신과 출산과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머니와 아기의 관계는 아버지와 자녀 관계와는 비교할 수 없이 깊다. 옥시토신은 아무 때나 분비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눈 맞춤하고 악수할 때 분비된다. 눈 맞춤과 피부접촉은 옥시토신을 분비하는 가장 중요한 신호다. 우리는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눈 맞춤과 스킨십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눈 맞춤과 스킨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랑하지 않게 된 것이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다. 종전선언과 비핵화를 거쳐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남과 북이 눈 맞춤과 스킨십을 자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주 만나 눈을 맞추고 스킨십을 하면 옥시토신이 분비되고 자연스럽게 신뢰가 쌓이게 된다. 신뢰는 눈 맞춤과 스킨십이라는 행위로 얻어지는 귀한 선물이다. 눈 맞춤으로 시작된 남북의 신뢰가 협약과 제도로 안착 돼 우리 민족뿐이 아니라 전 세계 평화에 주춧돌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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