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치에 대한 평가도 곱씹기를
내치에 대한 평가도 곱씹기를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8.05.1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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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지난 10일 취임 1주년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70%대 후반을 유지하며 고공행진 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2주 전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는 83%까지 치솟았다. 선거에서 문 대통령을 선택하지 않았던 유권자들조차도 과반의 지지를 보내는 형세가 됐다. 취임 1년차 대통령이 이렇게 절대적 인기를, 안정적으로 누리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여당도 덩달아 상한가를 치고 있다. 한국갤럽의 지난주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53%를 기록했다. 한국당은 11%, 바른미래당은 8%로 나타났다. 집권당과 제1 야당의 격차가 이렇게 벌어진 것도 한국 정치사에서 드문 일이다.

다음 달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여야 광역단체장 후보들에 대한 여론조사도 대부분 지역에서 여당 후보들의 강세로 나타나고 있다. 참 편하게 정치를 하는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여론조사가 모두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우기기가 사실이 아니라면, 다음 달 지방선거는 여당의 압승으로 끝날 공산이 높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물론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절묘한 타이밍으로 동맹국의 집권당을 거들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이 한국의 지방선거 바로 전날인 12일로 잡혔다. 이날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면 여당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에는 대통령이 압도적 지지를 얻는 이유가 그대로 나와있다. 지지자의 60% 이상이 남북 정상회담, 대북정책(안보), 북한과의 대화 재개, 외교 등을 지지 이유로 꼽았다. 국민에게 생존이 달린 북핵과 한반도 전쟁 위기는 가장 시급한 현안이었다. 대통령은 평창겨울올림픽을 남북 화해의 지렛대로 삼아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을 일궈냈다. 절묘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며 북미정상회담을 이끌어내 한반도 평화를 위한 포석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노고가 국민의 절대적 지지로 보답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내치에 대해서는 박한 평가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와 민생 문제 해결의지가 부족하고 독단·일방적이라는 부정적 평가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실업률은 최악이고 최저임금 인상 등 세금을 들여 추진하는 일자리 창출정책도 여기저기서 부작용만 터질 뿐 실적은 신통찮다. 여야 대립은 갈수록 가팔라져 국회 공전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1년간 경제부문 성과를 놓고 “어려운 대내외 여건에서도 3년 만에 3% 성장을 복원했고 1인당 국민소득(GNI)은 3만 달러에 근접했다”고 자찬했다.

김 부총리가 진심으로 이런 자체 진단을 내렸다면 예삿일이 아니다. 높은 지지율에 취해 오만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후보 공천에서도 그런 흔적들이 발견된다. 충남은 여당 출신 전 지사가 부하직원 성폭행 혐의로 하차하고, 뒤를 이은 청와대 대변인 출신 유력 예비후보가 불륜 의심을 받아 낙마한 지역이다. 여당이 여느 곳보다 후보들의 도덕성을 강화해 실망한 도민들에게 사죄해야 할 곳이다. 그러나 여당은 시민단체는 물론 당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치자금법 위반 및 수뢰 후 부정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구본영 천안시장 전략 공천을 강행했다.

의혹이 커져가는 드루킹 문제도 그렇다. 드루킹 회원들이 대선 기간에도 여론 조작을 시도했을 가능성을 의심할만한 정황이 드러났고, 김경수 의원에게 주기 위해 후원금 2700만원을 모금한 사실도 밝혀졌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드루킹 특검 도입에 대해 54%가 찬성, 24%가 반대했다. 여당이 이 스캔들에 더 당당해지길 기대하는 응답자가 절반을 넘는다. 추경안 국회 처리가 화급하다면서도 특검의 조사범위 등을 놓고 야당과 지리한 줄다리기를 벌이는 모습은 구차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고 당일 행적 조사에 반대하며 세월호특위를 공전시켰던 한국당의 과거를 연상시킨다.

대통령의 탁월한 외교적 성과는 인정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부정적 평가를 받는 부분에 대한 냉정한 점검과 보완도 필요하다. 임기가 중반으로 가면서 유권자들은 구체적인 정책 성과를 요구할 것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절박해지면 평화와 정의 실현 같은 추상적 가치들은 뒷전으로 밀리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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