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눈 ‘봄을 그리다’
화가의 눈 ‘봄을 그리다’
  • 강석범 청주 산남고 교사
  • 승인 2018.05.0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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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김기택作- 아침이슬, Oil on canvas 2017.
김기택作- 아침이슬, Oil on canvas 2017.

 

강석범 청주 산남고 교사
강석범 청주 산남고 교사

 

`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요즘은 우습게도 `미세먼지'입니다.

개나리, 진달래, 실개천 등등의 단어를 떠올리는 독자분이 계신다면 이미 옛날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계절이 계절인 만큼 `봄'과 관련된 미술작품전이 많이 열립니다. 아트페어 울산 2018에서는 `꽃피는 봄이오면 展'이란 타이틀로 봄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출품 작가 개개인의 눈으로 바라본 `봄'을 자신들만의 독특한 조형언어로 표현하여 현대예술관 전관이 온통 봄의 화사한 색채로 물들었습니다.

보통 화가들은 화가들만의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봄을 바라보는 화가들의 눈은 보통 우리가`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쉽게 지나치는 대상들을 그들만의 예리한 시각으로 관찰하고 화면에 담습니다.

자연을 화폭에 담는 화가들은 일반적으로 사실주의 작가들입니다.

물론 자연을 담는 형식이 꼭 사실적일 필요는 없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을 화면에 옮기는데 사실적 요소를 채택하는 기법은 어쩌면 숙명일 수도 있습니다.

마침 우리 지역 대표적인 사실주의 작가 `김기택'선생님의 `아침이슬'이란 작품도 매화 향을 가득 머금고 아침이슬을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매화꽃에 밤새 내려앉은 아침이슬을 사실적 기법으로 화면 가득 채웠습니다. 관람객들은 일상적으로 보아왔던 매화꽂이 눈앞에 사실적으로 펼쳐지자 신기한 듯 화면 가까이 다가가 하나하나 살펴봅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사실적으로 그릴 수 있을까? 하지만 생각보다 둔탁하게 표현된 기법을 보고 다시 한 번 놀라기도 합니다. 작가가 감상자의 `감상 거리'까지 철저하게 계산하며 제작했기 때문입니다.

대개 사실주의 작품들과 관련해, 우리가 소위 말하는 `이발소 그림'과 그 개념을 혼동하여 사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발소 그림'이란 말에 무슨 `멸시'를 담아 얘기하는 것은 분명 아니지만 `이발소 그림'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어설프고 조잡한 그림을 가리키는 대명사 이기 때문입니다.

표현기법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그림의 품격을 논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화가의 눈이 설사 대상을 그대로 모방하는 데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화가들에게 진실로 감사해야 할 것은, 우리가 볼 수 있는 세계를 넘어, 그들이 그림으로 보여주는 경이로운 세계를 우리가 맘껏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세먼지로 뿌연 봄날, 화가들이 보여준 봄의 잔치에 초대받아 그동안 잊고 지냈던 `봄'과 `생명'의 경이로움을 만끽했던 감사한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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