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한 며느리를 판단하는 홑잎나물
부지런한 며느리를 판단하는 홑잎나물
  • 우래제 전 중등교사
  • 승인 2018.05.0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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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우래제 전 중등교사
우래제 전 중등교사

 

봄이다. 여기저기 부지런한 식물들이 잎을 삐죽 내밀기 시작한다. 그중에 가장 부지런한 놈이 홑잎나물이다. 갓 내민 연한 순을 따서 살짝 데쳐내어 무쳐 먹으면 야들야들하고 씹히는 맛이 일품인 산나물이다. 그런데 그 홑잎나물은 누구의 잎일까?

화살나무는 줄기에 화살의 깃을 닮은 코르크질이 생겨 화살나무라고 한다. 그런데 화살나무는 왜 이 깃을 만들었을까? 사람들이 데쳐서 바로 먹을 정도로 독이 없으니 이른 봄 초식동물의 먹이로 이보다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식물에서 보기 어려운 날카롭게 보이는 깃을 만들어 자신을 보호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깃마저 사람들은 여러 가지로 활용해 왔다. 화살나무 깃을 한약명으로 귀신을 쏘는 화살이라는 뜻으로 귀전우(鬼箭羽)라고 하고, 귀신이 던진 창을 막아낸다는 뜻으로 위모(衛矛)라고도 한다. 실제로 사(邪)와 귀매(鬼魅-귀신과 도깨비)에 들린 병에 처방했다고 하는데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최근 여러 가지 약효가 발견되어 신약 개발의 새로운 좋은 소재임은 분명한 것 같다.

화살나무는 정원수로도 많이 심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가끔 새순을 모조리 따 가버리는 얌체족이 있으니 한심하다. 이참에 화살나무 한그루씩 심어 보는 게 어떨까? 빽빽하게 울타리처럼 심어 제대로 자라지 못하도록 하지 말고 듬성듬성 나만의 공간을 차지할 정도로…. 꺾꽂이도 잘된다고 하니 올해는 여러 포기 만들어 심어야겠다.

홑잎나물은 화살나무의 어린잎이다. 화살나무와 같은 노박덩굴과의 회잎나무 어린잎도 홑잎나물이라고 한다. 화살나무의 변종인 회잎나무는 화살 깃이 없으며 잎이 화살나무 잎보다 조금 일찍 나오는 편이다. 화살나무 형제로는 5장의 꽃잎에 연한 보라색을 띠고 둥근 열매에 다섯 개 능선으로 갈라지는 참회나무, 꽃잎이 4장이고 열매에 긴 날개가 달리는 나래회나무, 자주색 꽃과 열매에 짧은 날개가 있는 회나무, 꽃잎이 4장이고 참빗 만드는데 쓴다는 참빗살나무가 있다.

홑잎나물은 봄에만 맛볼 수 있기에 시골 아낙들의 발걸음과 손놀림이 바빠진다. 제법 용돈 벌이가 되기에 무리하게 채취를 할 우려가 크다. 가지치기한다는 느낌으로 적당히 채취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년에도 맛있는 홑잎나물을 맛볼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

나도 홑잎나물을 먹어볼까 하고 친구와 시골집 뒷산을 올랐다. 시끄러운 기계톱 소리가 요란하다. 벌목을 하는 모양이다. 작은 관목인 회잎나무도 여지없이 잘려나간다. 벌목하는 사람들에게 슬며시 부탁을 해본다. 목재로도 펄프로도 별 가치 없는 회잎나무는 그냥 살려두라고. 그래야 홑잎나물 맛 좀 볼 것 아니냐면서. 산등성이에 유난히 잎이 노란 회잎나무가 보인다. 병든 것도 아닌데 혹시 변종이 아닐까? 어차피 잘릴 나무를 집 주변에 옮겨 심어보려 캤다. 집 가에 심으며 오랜 홑잎나물 밭 사라지는 서운함을 달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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