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이산가족 상봉을 기대하며
가정의 달, 이산가족 상봉을 기대하며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05.07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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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지난 5일 어린이날에는 극적인 부모와 자녀 상봉이 있었다. 프랑스로 입양을 간 남매가 37년 만에 한국을 방문해 부모를 찾은 것이다. 죽은 줄 알았던 자식과 버린 줄 알았던 부모의 만남은 그 사연부터 국민 모두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7살과 10살에 입양 간 김영숙씨와 김영훈씨의 고국 길은 언어의 장벽도, 긴 세월의 장벽도 훌쩍 뛰어넘는 가족애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잘 커 줘서 잘 살아줘서 고맙다"는 어머니의 말씀은 또 얼마나 뜨거운 눈물로 점철된 것인지, 자식을 맞이하는 부모의 마음이 안방까지 전달돼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젖게 했다.

일주일간의 한국 방문을 시작으로 평생 부모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해 왔다는 남매의 상처나, 자식을 잃은 죄책감에 다른 자식을 낳지 않았다는 부모의 일생이 조금이나마 치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프랑스 입양 남매의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산가족 문제는 유독 한국 근대사와 궤를 같이한다. 국가도 가난했고 개인은 더 가난했던 시절에 일어났던 당시의 이 문제는 나라님도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암담한 시절이었다. 근대로 넘어오면서 국가를 상실했던 일제강점기가 있었고, 6·25전쟁을 거치면서 극심한 생활고와 남북분단이란 격동의 시기를 건너오다 보니 개인의 삶은 사회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었던 게 사실이다.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이 문제에 조금씩 관심을 두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의 이산가족 상봉은 1971년에 시작된다. 휴전 이후 대치 상태로 이어지던 남북이 이산가족 문제로 첫 대화의 물꼬를 튼 때가 1971년 8월이다. 우리가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을 북측이 수용하면서 회담을 열었지만, 남북 첫 이산가족 상봉은 1985년에서야 이뤄졌다. 오랜 기간 정성을 들였지만, 당시 사흘 동안 남측 35명과 북측 30명이 각각 평양과 서울을 방문해 헤어진 가족을 다시 만난 것이 전부였다. 이후 15년 동안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없다가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27차례에 걸친 상봉행사를 통해 남북 이산가족 2만3000여 명이 가족과 재회했다. 지척에 두고 가지도, 만나지도 못하는 분단국의 현실이 수많은 이산가족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다.

반면 이산가족 상봉에 불을 댕긴 것은 1983년 KBS 이산가족 찾기 특별프로그램이었다. 138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방송은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방송국 주변에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벽보가 곳곳에 붙었고, 뿔뿔이 헤어져 소식조차 모르고 살던 혈육들이 극적으로 상봉해 얼싸안고 울던 모습은 다시 봐도 감동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옛말처럼 가족의 소중함을 확인시켜주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지금도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역사의 과제로 남아있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남북 이산가족 찾기에 신청을 한 사람은 올해 3월까지 13만1531명으로 이 중 5만7920명이 생존해 있다고 한다. 다행히 4·27 판문점 회담으로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하면서 오랜 분단의 역사 속에서 극적 상봉도 머지않은 듯하다. 분단의 역사만큼 신청자들이 고령자임을 고려할 때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이산가족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상봉 시기도 앞당기고, 상봉행사를 정례화해야 한다.

오늘은 가정의 달 5월의 기념일 중에서도 가장 기억해야 할 어버이날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리운 가족마저 만날 수 없는 분단의 상황에 놓여 있다. 분단의 아픔을 통해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해보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북으로 갈라진 채 가족을 보지 못하는 이산가족의 아픔도 기억해야 한다.

‘사람이 먼저이다’라는 명분은 남북통일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37년을 뛰어넘어 가족으로 다시 만난 프랑스 입양남매와 부모처럼 남북이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극적으로 화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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