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영과 전완준
구본영과 전완준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8.05.0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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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2018년 제7대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유일한 형사 사건 재판 피고인 신분의 후보자. 더불어민주당이 전략 공천을 결정해 천안시장 재선에 도전하는 구본영 시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공천장을 받아든 그는 최근 한달여 동안 냉탕과 `중탕(中湯)', 지옥과 `연옥'을 오갔다. 4월 3일 법원이 사전구속영장을 발부, 집행해 유치장에 수감됐다가 사흘 만에 구속적부심으로 간신히 영어의 신세를 면했다. 그럼에도, 재선 도전 의지를 꺾지 않은 그는 민주당 충남도당이 공천 심사를 중단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기사회생했다. 충남도당이 경선 절차를 포기하고 중앙당에 공을 넘기자 전략공천위가 당선 가능성을 이유로 그에게 공천장을 줬다.

구속됐다가 기소 전 보석으로 풀려나 결국 공천장까지 받아들고 재선 도전의 드라마를 써가는 구본영 시장. 유례가 없을 반전의 연속이다.

아니, 그런데 혹시 해서 들춰봤더니 놀랍게도 구 시장의 `선배 격' 되는 사람이 한 명 있다. 바로 지난 2010년 6월 2일 제5대 지방선거에서 옥중 출마 선언 후 당선됐던 전완준 전 화순군수다.

그는 구 시장보다 더 `드라마틱한' 역경을 겪었다. 군수 관사에서 선거구민에게 술과 음식을 제공하고, 군 번영회 간부들에게 600만원을 건네 선거법 위반 혐의로 4월 28일 구속된 그는 선거를 19일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옥중에서 출마를 선언했다. 닷새 후인 19일 보석으로 풀려난 그는 최종 선거에서 민주당의 상대 후보를 누르고 군수 관사를 되찾는 데 성공했다.

구속→옥중출마 선언→구속적부심 보석→당선이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집념의 월계관을 쓴 것이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 재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의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돼 8개월 만에 군수직을 잃게 됐다. 그의 당선은 결과적으로 주민에게 큰 상처로 남게 됐다. 재선거로 낭비된 혈세를 차치하고라도 지지자 간 갈등, 법정 출두 때문인 군정 공백 등 화순군의 역사를 수년 퇴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 4일 구본영 시장이 기소되던 날, 민주당에 한 통의 편지가 날아갔다. 천안아산경실련이 비리 혐의로 기소된 구 시장의 출당과 공천 철회를 요구하는 윤리심판 청구서를 보낸 것이다. 경실련은 청구서에서 “유권자를 우롱한 구 시장의 전략 공천은 추후에 막대한 선거 비용의 손실까지 우려된다”며 공천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전 전 군수와 구본영 현 시장의 사례는 비슷해 보이지만 꽤 다르다. 하나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심각한 민폐를 초래했고 다른 한 명은 공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해 민폐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민주당 충남도당이 주말 연휴 성명을 통해 “구 후보의 입장을 다시 한번 지지한다. 중앙당의 전략 공천 결정은 (구 시장의) 무죄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되묻고 싶다. 당락 여부를 떠나 구 시장이 최종 판결에서 공직 후보 자격의 상실에 해당하는 유죄가 인정될 경우,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한 죄과를 어떻게 씻을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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