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휴지기제를 통해 얻은 것
오리 휴지기제를 통해 얻은 것
  • 박재명<충북도 동물방역과장>
  • 승인 2018.05.03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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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 박재명

작년 11월에 발생한 AI 방역은 일단 한숨을 쉬게 되었다. 지난 4월 26일에 고병원성 AI, 그리고 4월 30일에는 구제역도 이동제한이 해제되었다. 위기대응단계도 `심각'에서 `주의'단계로 하향 조정되면서 전국의 모든 지자체에서 운영하던 재난안전대책본부도 해제되었다.

돌아보면 수년간 국내에서 구제역이나 AI가 발생하면 수평전파를 통해 피해가 컸다. 첫 발생 후에 단 한 건으로 종식된 사례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올해는 1 농가만 발생해서 종식된 사례가 많았다. 특히, 4월 13일 음성의 오리농가에서 발생한 경우가 그렇다.

고병원성 AI 발생 초기에는 가금이 먼저냐 철새가 먼저냐 하는 논란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철새에 의해서 가금농가로 전파되는 경로에 대한 이견은 없다. 그래서 매년 겨울철마다 철새가 운반하는 바이러스 대책이 참 난감했다. 하지만 지난 겨울 사례를 통해 최소화할 수 있다는 방향의 희망을 보았다.

원인체, 매개수단, 감수성 동물(숙주)을 전염병의 3대 요소라고 한다. 이 중 하나만 연결고리를 끊으면 적어도 이차적인 전염을 끊을 수 있다. 원인체를 없애기 위해 소독하고, 바이러스 운반을 막기 위해 이동제한 하고, 감수성 동물을 줄이기 위해 살처분을 하는 것들이 이와 같은 방역원리에서 나오는 것이다.

음성에서 발생한 AI가 한 건으로 종식된 것은 다분히 두 가지 정책이 주효한 것이었다. 첫 번째는 감수성 동물을 줄이기 위해 발생 후 살처분하던 것을 미리 사육을 중단하는 것으로, 이른바 겨울철 오리사육 휴지기제를 도입한 것이었다. 이로써 발생농장 주변에 감수성 동물의 밀집도가 현저히 낮아졌고, 역학관련 농장도 최소화했다.

둘째는 신속한 신고 또는 확인 시스템이다. 폐사 후에 관계기관에 신고하던 것을 활력 저하나 졸음증 등의 단계에서 신고토록 했고, 특히 오리의 경우 도축 출하 전 1회 검사에서 1주 간격으로 3회 검사를 함으로써 감염 초기에 검색했다. 이른바 조기신고 체계로 변경한 것이 주효했다. 그 중 오리 사육 휴지기제를 시행했음에도 발생한 것을 두고 다소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발생 숫자를 줄였고, 확산 가능성 또한 현저하게 감소할 수 있다는 좋은 결론을 얻었다.

휴지기 제도 자체가 겨울철 전염병의 예방에는 도움이 되지만 그렇다고 가장 좋은 정책은 아니라는 말에도 공감이 간다. 가장 좋은 정책이란 축산물의 수요에 따른 공급을 충족하되, 전염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상이라면, 휴지기제는 가장 적극적이긴 하나 인위적으로 축산물의 공급 창출을 막았다는 점에서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

올해는 오리휴지기제를 포함한 더 나은 방안을 강구 중이다. 가장 먼저 축산농가의 자발적 방역과 조기 신고체계, 열악한 방역시설과 사육방식의 개선, 밀집 사육지역의 개선으로 요약된다. 특히 밀집 사육지역 해소는 단기간에 해결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 문턱은 꼭 넘어야 할 과제이다.

그래서 겨울철 오리 사육휴지기제는 당분간 계속 필요한 시책이다. 다만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와 휴지 하지 않은 농장에 대한 관리의 문제다. 방역이 우수한 농장 중심으로 겨울철 사육을 시도하고, 좋은 모델을 만들어서 도내 모든 가금농가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조기신고, 위험 동물의 위험한 시기에 적정한 휴지기, 개별 축산관계시설 각자의 자율적 방역의지에 관한 희망이었다. 희망의 불씨가 점점 커지도록 하는 것이 향후의 좋은 방역방향이라 믿는다. 이는 단순히 축산농가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보건에 직결되는 원 헬스(One health)개념의 대표적인 질병인 만큼 도민 모두가 관심을 두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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